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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전통발레에 ‘창작’의 옷을 입히는 한국과 스위스의 두 안무가가 만났다. 서울발레시어터(SBT)의 상임안무가 제임스 전(55)과 스위스 바젤발레단의 단장 겸 상임안무가 리차드 월락이 그 주인공. 스위스 대표발레단으로 100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바젤발레단과 서울발레시어터는 1995년 한국에서의 합동공연을 올린 이후 지속적인 교류 활동을 이어왔다. 제임스 전과 리처드 월락의 인연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임스 전이 바젤발레단 초청으로 스위스로 건너가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하며 신뢰감을 쌓았고 이후 월락이 서울발레시어터의 단원들을 만나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했다. 2007년 ‘그래요-김치 치즈’란 이름으로 국내에서 초연된 공연도 인연이 됐다. 월락과 스위스 프리랜서 안무가 필립 올자, 제임스 전이 협업한 작품으로 이듬해에는 ‘그래요GDEO’로 이름을 바꿔 스위스 바젤 록시 비어스펠덴극장에서 10차례 공연한 바 있다.
두 사람을 잇는 다리는 ‘창작’과 ‘교육’. 스투트가르트 스포츠카 주최로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진행된 ‘2014 인텐시브 썸머 발레 스쿨’에도 두 사람이 함께 교사로 참여했다. 내년 하반기 처음으로 올리는 합동 창작공연을 앞두고 이달 초 연습을 시작한 두 사람을 경기 과천시 중앙동 과천시민회관에서 만났다.
- ‘창작’에 대한 철학이 궁금하다
▲리처드 월락(이하 ‘월락’): 유명한 클래식 ‘백조의 호수’나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도 공연하지만 이런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걸 좋아한다. 각 발레단은 마치 초콜릿처럼 단체 고유의 색깔이 있다. 무용수 각자의 개성을 끌어내는 게 창작의 기본이다. 고전발레든 현대무용이든 중요한 건 ‘작품성’이다.
▲제임스 전(이하 ‘전’): 우리가 살아가는 게 창작아닌가. 어떤 배경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는 모든 예술가들에게 중요하다. 내 경우만 해도 12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록 음악에 미쳐보기도 하고 클래식·무용 등 두루 경험을 했다. 운이 좋게 좋은 예술가들을 만나 작업도 많이 했다. 이 모든 경험들이 창작에 영감을 준다.
- 안무를 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전: 맞다. 기본의 바탕 위에서 다른 변형이 생길 수 있는 거다. 천재 무용가로 불렸던 피나 바우쉬도 기본적으로 발레리나다. 억지로 안무를 짠다고 해서 좋은 작품이 탄생하는 건 아니다.
- 서로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월락: 서울발레시어터에서 장애인이나 어린이교육 등을 하는 걸 좋게 봤다. 우리 발레단에서도 그런 교육사업을 하고 있다. 안무가와 예술감독으로서 공연도 중요하지만 사회와의 소통 등도 중요하다.
▲전: 바젤발레단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각자의 개성이 있어서 좋더라. 학생들은 테크닉을 자세히 보는데 프로 무용수는 전체적인 표현력을 더 중요하게 본다. 조각이랑 똑같다. 하나씩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쳐내서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거다. 그런 교육 방식이 잘 맞았다.
- 공통점이 많은 것 같다
▲전: 나도 마찬가지다. 인간이기 때문에 감정을 보지만 모두 똑같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각자 다른 무용수들이 합해지면 어떤 게 나올까 늘 궁금하다. 예술가로서 사회의 소외계층을 외면할 수 없다는 교육철학도 공통점 중 하나다.
- 내년에 올리는 공연은 어떤 작품인가
▲월락: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서 무용수들과 워밍업 하는 수준이다. 바흐의 음악을 쓸 거란 건 확실하다.
▲전: 나도 구상 중이다. 서로의 영역을 상관하지 않고 자기 스타일대로 안무를 짜고 있다. 첫 공동 프로젝트가 잘 되면 앞으로 계속 시리즈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재밌는 작업이 될 거다. 관객들이 좋아해 주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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