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로드] 뱃사람 아침 책임진 2000원의 행복을 맛보다

충남 서천 장흥읍 ‘왕자다방’
  • 등록 2021-12-31 오전 5:00:02

    수정 2021-12-31 오전 5:00:02

충남 서천의 오래된 다방인 ‘왕자다방’. 이 다방에서는 오전 8시까지 모닝세트를 단돈 2000원에 판매한다. 모닝세트는 계란 반숙과 깨죽, 콩물, 그리고 커피까지 포함되어 있다.


충남 서천의 오래된 다방인 ‘왕자다방’. 이 다방에서는 오전 8시까지 모닝세트를 단돈 2000원에 판매한다. 모닝세트는 계란 반숙과 깨죽, 콩물, 그리고 커피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다방(茶房). 20~30대들은 전혀 본적 없을 낯선 풍경의 공간이다. 하지만 70~80대에게는 추억과 향수의 공간이다. 다방 한구석을 가득 채운 LP판과 천축, 검은색 다이얼 전화기, 낡은 테이블과 의자, 구두약통까지. 불과 3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다방에서 커피도 마시고, 사람도 만나고, 음악도 듣고, 구두를 닦았다. 또 아침이면 든든하게 속을 채울 달걀 반숙과 달걀 띄운 쌍화차도 인기 메뉴였다. 지금의 카페처럼 많은 사람의 아지트로 사랑받았던 공간이 바로 ‘다방’이었다.

충남 서천군 장항읍. 이 시골 마을은 다른 곳과 달리 아직 10여 곳의 다방이 영업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장항은 일제강점기 1930년대부터 형성된 도시. 장항을 대표하던 장항제련소가 세워진 것도 이맘때다. 당시 장항제련소에서 교대근무를 하던 노동자들과 뱃일을 나가려고 준비를 하던 어부들은 삼삼오오 다방으로 몰렸다. 산업도시 장항의 번성을 이끌었던 장항제련소가 1980년 용광로를 폐쇄했으니, 못해도 장항의 다방은 30~40년의 역사가 담겨 있다.

장항 일대의 다방에는 특별한 아침 메뉴가 있다. 옛 장항제련소 노동자와 뱃사람들의 아침식사 대용으로 만들어진 ‘모닝세트’다. 삶은 달걀과 죽, 콩물 한잔과 커피까지 세트로 단돈 2000원이다. 손님이 오히려 걱정할 만큼 저렴한 가격이다. 이른 새벽 허기를 달래려 찾아온 ‘단골’을 위한 배려가 담긴 메뉴인 셈이다.

그중 장항 읍내의 ‘왕자다방’은 콩물과 삶은 달걀, 죽, 그리고 커피까지 마실 수 있는 옛날식 장항 다방의 원형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손님이 뜸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이른 아침 다방의 문을 연 주인장은 멀리서 찾아온 손님을 반갑게 맞이했다. 따로 주문할 필요도 없이 달걀구이와 깨죽, 콩물을 한 세트로 실하게 아침상을 차려낸다. 장항 읍내의 여러 다방 중 삶은 달걀이나 죽을 내는 곳이 지금도 더러 있지만, 이곳만큼 실하게 아침상을 차려주는 곳이 없다고 ‘왕자다방’을 소개한 해설사는 설명했다.

충남 서천의 왕자다방
충남 서천의 왕자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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