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호 비망록 "검찰 강아지 됐다"…한명숙 진술 번복했던 이유

  • 등록 2020-05-16 오전 2:00:00

    수정 2020-05-16 오전 2:00:00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뇌물을 줬다고 증언했다 이를 번복한 고 한만호씨가 옥중에서 남긴 친필 비망록이 공개됐다. 탐사보도 전문 매체 뉴스타파가 입수한 이 비망록에는 한씨가 ‘검찰의 집중적인 회유로 허위 증언을 하고 뒤늦게 진술 번복을 했다’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다.
사진=뉴스타파 유튜브 캡처
검찰의 과잉, 불법 수사 행태를 추적해 시리즈로 보도하고 있는 뉴스타파는 14일 한신건영 대표였던 한씨의 노트 29권, 1200쪽 분량 비망록을 입수해 그 내용을 공개했다. 이 비망록에서 한씨는 “검찰의 강아지가 되었다”, “저능아로 취급해 모멸감을 느꼈다” 등의 표현으로 한 전 총리 사건에서 검찰에 협조했던 심경을 표현했다.

한씨는 2010년 4월 수인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소환돼 한 전 총리 뇌물 사건 관련 증언을 했다. 한씨는 검찰 조사에서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의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증언했고, 이 증언을 근거로 검찰은 한 전 총리를 기소했다.

그러나 한씨가 재판에서 진술을 번복하면서 1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에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처럼 핵심 증인 진술 신빙성에 크게 의문이 가는 상황임에도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한 전 총리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된 한 전 총리는 2년 동안 옥살이를 해야했다.

비망록을 보면 한씨는 처음 검찰에 소환된 당시에는 한 전 총리가 아닌 “한나라당 친박계 의원”에게 뇌물을 줬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한씨는 검찰이 이는 묵살하고 “한 총리에 대해서 사실대로 답변해달라. 선택해라, 협조해서 도움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힘들게 해서 어려워지시든지”라고 말하며 한 전 총리에 대한 불리한 증언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한씨는 이후 검찰이 자신의 회사 미래에 대한 압박까지 이어가자 “제 자신에게 합리화해” 검찰에 협조하기로 결심했다고 주장했다. 한씨는 이에 대해 “결국 자필 진술서 작성 이후부터는 한만호는 없어지고 오로지 검찰의 안내대로 따르는 강아지가 되었고 매일 점심이나 저녁 식사 때마다 검 수사관들의 립서비스에 마냥 흐뭇해하고 옳고 그른지 판단력은 없어졌거나 마비되어버렸다”고 회고했다.

이후 한씨는 2010년 4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73회나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한씨는 여기에 진술조서 암기를 위한 과정도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한씨는 비망록에 “실수없이 잘하면 칭찬해주고 저녁. 그 능멸, 모멸감을 죽어서도 잊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이 조서 암기 테스트까지 진행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한씨는 이후 검찰이 자신의 증언을 바탕으로 “언론질”을 해 6월 있었던 서울시장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되자 협조를 후회하기 시작했다고 적었다. 한씨는 수사 협조에 대한 후회의 심경을 밝히며 “선거가 끝난 뒤에 찾아온 한여름 독거방 더위에도 한밤중에 일어나 심정을 추스리느라 한여름이었음에도 귀가 시리고 손발이 저려왔다”고 적기도 했다.

검찰은 한씨의 이같은 비망록 내용이 “자신의 진술 번복을 정당화하기 위해 허위로 적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한씨가 검찰의 위증죄 기소에도 진술 번복을 유지한 이유는 그가 사망해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형편이 됐다. 검찰은 한씨가 출소한 지 5년만인 2016년 5월 그를 위증혐의로 다시 수사해 구속했고, 유죄를 선고받은 한씨는 2년 형기를 채우고 출소한 지 1년도 안돼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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