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신속집행 대상사업을 정해 지방자치단체(지자체)나 공공기관 등에 예산을 미리 나눠줘도 실제 집행은 전년도 이월액, 사업추진 절차 등을 고려해 늘어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교부한 금액에 비해 국민이 체감하는 내수 진작 효과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
구체적인 사업별로 보면 국토교통부가 국가철도공단에 출연해 수행하는 철도건설 사업 중 12개 사업은 실집행 실적이 아예 없었고, 보조사업의 경우에도 ‘광주도시철도2호선건설’ 사업 등을 포함해 보조사업자의 집행실적이 없는 사업이 8개에 달했다.
이규민 예산정책처 예산분석총괄과 분석관은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상반기에 신속집행을 하는데 실제 교부받은 예산으로 사업을 하는 자지체나 기관에서 돈이 묶인 경우가 많았다”며 “상반기 신속집행 목표 달성이라는 ‘정량적 성과’에 매몰돼 제도의 취지를 효과적으로 달성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같이 신속집행 무용론이 또 다시 고개를 들면서 내수 진작을 위해 추경을 적기에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더욱이 탄핵정국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미국 신정부의 정책변화로 통상환경이 악화하면서 상반기 성장률이 0.9%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마냥 신속집행 효과에만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본예산을 미리 끌어와 기존 사업의 속도를 높이려는 신속집행과 달리 추경은 민생과 직결된 사업 예산을 직접 편성·집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효과는 더 크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과거 정부가 제시한 추경의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는 GDP 대비 최대 0.8%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도 지난달 23일 ‘최소한의 경제성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20조원의 추경을 집행한다면 연말부터 내년까지 성장률을 0.2%포인트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작년 상반기에도 신속집행을 했지만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정부의 기여도는 1분기 0.1%포인트, 2분기 0%포인트로 미미했다”며 “올해 본 예산안이 정부가 당초 제시했던 긴축 예산안에 비해서도 4조원 가량 깎인 것이나, 이후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적극 나서서 경기 대응적인 측면에서 재정을 풀겠다는 스탠스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