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구정책의 컨트롤타워는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다. 그 명칭에서부터 우리 사회가 당면한 저출산 및 고령화 추세의 위기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저출산 대책이 선결 과제다. 고령화도 심각하긴 하지만 저출산으로 인해 초래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효율적인 저출산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저출산이건 고령화 문제이건 위원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 위원회가 무늬에 있어서만 인구정책 사령탑 대접을 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항간의 눈총을 살필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금까지 회의를 직접 주재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부터가 그렇다. 2017년 12월 새 위원들을 위촉하면서 청와대 간담회를 가진 게 전부다. 대통령 주도의 상시 운영체제로 전환한다는 약속과도 상당한 차이가 있음은 물론이다. “정부와 민간 모두의 지혜와 실천을 모아가도록 하겠다”는 당초 약속이 공중에 뜬 셈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저출산 문제가 가장 심각한 나라로 꼽히고 있다. 2001년부터 초저출산 추세로 진입하기 시작한 이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98명이라는 극단적 수준까지 추락했다. 부부의 자녀수가 1명에도 못 미친다는 뜻이니, ‘인구 절벽‘에 부딪쳤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 더구나 앞으로 3년 뒤인 2022년에는 합계출산율이 0.72명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까지 제시된다. 문 대통령의 임기 내 초저출산(합계출산율 1.3명 미만)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는 정부 다짐이 무색하기만 하다.
지금의 인구정책 실패를 전적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역할 부진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문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했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과거 정부의 저출산 대책을 ‘실패’라고 규정하고도 오히려 자꾸 뒤처지는 정책이 불안스럽기만 하다. ‘사람 중심의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바꾼다고 했지만 공연히 예산만 더 축내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단기적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해도 저출산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