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섭 칼럼] 김정은의 ‘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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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0-05-01 오전 5:00:00

    수정 2020-05-01 오전 5:00:00

추측과 혼란의 ‘숨바꼭질’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돌연 잠적하는 바람에 세계의 눈길이 그의 행방에 쏠리고 있다. 심장 시술을 받고 중태에 빠졌다느니 코로나 감염을 우려해 대피해 있다느니 하는 여러 소문이 전해진다. 심지어 식물인간이 됐다는 얘기까지 떠돌지만 정작 북한 측은 시종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세계 관측통들을 한꺼번에 ‘술래잡기’ 동원에 성공했다는 영웅심리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러한 두문불출에는 분명히 곡절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기념하는 태양절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동안의 상식으론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김일성과 김정일을 거쳐 지금까지 내려온 3대의 세습 체제에서 자칫 도발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인민군 창건일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렇게 20여일 동안 공백이 이어지고 있으니, 건강 이상설이 제기되는 게 당연하다. 평소에도 건강에 문제가 적지 않았던 터다.

해외언론에서는 후계체제 문제까지 거론될 정도다. 그만큼 상태가 위중하다는 관측을 뿌리칠 수 없는 탓이다. 백두혈통의의 권위를 감안한다면 동생 김여정이 공식 후계자 지위를 이어받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현재 노동당 제1부부장으로서 최근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복귀해 ‘2인자’ 자리를 굳혔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의 친형인 김정철과 숙부인 김평일도 가능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아직 코흘리개인 김 위원장의 1남2녀 자녀들이 앞으로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이냐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에 속한다.

하지만 누가 후계자로 등극하든지 간에 북한 사회가 지닌 문제점을 해소하기 쉽지 않다는 게 현실적인 걸림돌이다. 당장은 코로나 사태를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관건이다. 북한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경제 형편은 더 심각하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중국 국경을 폐쇄하는 바람에 장마당에서는 생필품과 원자재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나마 중국 관광객들로 유지되던 금강산 관광도 중단돼 버린 상황이다.

우리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후계자가 자리에 오른다면 핵무기 개발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냐 하는 점이다. 전망은 일단 부정적이다.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핵무기 카드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김 위원장이 한동안 폐기 의사를 내비치다가 다시 완강한 입장으로 돌아선 데서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더구나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거의 완성 단계에 이름으로써 더이상 꿀릴 게 없다는 입장이다. 남한을 건너뛰어 미국과 직접 협상하겠다는 데서도 이런 태도가 드러난다. 설사 지도부가 바뀌더라도 체제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얘기다.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김 위원장의 신변에 중대한 이상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당장 눈앞에 권력투쟁의 회오리가 불어닥치게 될 것이다. 김 위원장이 계속 권력을 유지한다고 해도 숙정 바람은 마찬가지다. 이복형인 김정남을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처리했고, 고모부인 장성택까지 공개 처형한 것도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려는 방법이었다. 그동안 국제무대에 몇 차례 얼굴을 드러낸 데다 어정쩡하나마 비핵화 명목의 선언으로 ‘잔혹한 독재자’라는 이미지를 상당히 씻어내기는 했지만 언제 다시 제 모습을 드러낼지 장담하기 어렵다.

물론 그가 내일이라도 다시 태연한 모습으로 공개석상에 깜짝 등장할 소지도 없지는 않다. 전용열차를 타고 평양으로 귀환하거나 백마를 탄 모습으로 다시 백두산에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은 북한 정가에서 특이 사항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 숨바꼭질 놀이가 파국으로 끝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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