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서가]①정현백 장관 “봇물 이룬 미투…성평등 확산의 대전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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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의식성장과 국내 조직문화 간극 위험수준"
"여성일자리 확대, 임기 중 꼭 성과내고 싶어"
"고준희양·광주 삼남매 사건, 가족의 위기…체벌 금지해야"
"다양한 가족형태 포용해야 출산율 올릴 수 있어"
  • 등록 2018-02-26 오전 5:00:53

    수정 2018-02-26 오전 5:00:53

정현백(사진) 여성가족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여성들의 의식성장과 국내 조직문화 및 남성들의 의식 사이의 간극이 이제 위험스러운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서지현 검사의 폭로와 잇단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은 사회구조적 문제해결의 커다란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하루빨리 사회 전반의 문화를 바꾸는 게 시급합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최근 각계각층에서 미투운동이 봇물 터지듯 이어지는 데 대해 “올해는 성평등 확산의 대전환기로 시대정신이 바뀌는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 장관은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가진 이데일리 ‘명사의 서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여성들의 교육수준과 성평등 의식은 굉장히 높아졌는데 국내 조직문화나 남성들의 의식은 여전히 뿌리깊은 성차별적 인식을 갖고 있다”며 “사실 전 정부에서는 모든 것이 경직되고 얼어있는 상황이었다. 이제는 사람들이 말하기 시작했고 올해는 본격적으로 터져나오는 한해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 성폭력 피해자 지원·2차 피해 방지책 마련”

정 장관은 지난해 취임 후 꾸준히 젠더폭력에 대해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왔다.최근 일련의 성폭력 폭로 사태에 대해서도 여가부가 해야 할 일을 명확히 제시했다.

그는 “우선 피해자들이 두려움 없이 자신의 고통과 피해에 대해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그 다음에는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시 정부가 나서서 법적소송까지도 도와줄 것”이라며 “다른 한편으론 피해예방을 위해 예방지침표준안이나 해설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남성에게 관대한 직장문화 속에서 어떤 행동이 성희롱이고 어떤 행동을 해서는 안되는지를 명확히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남혐, 여혐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는 현상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우리사회가 성장정체기에 접어들어 청년층은 기성세대와 다른 극심한 취업난과 생활고를 겪으면서 상대적 박탈감과 심적 스트레스가 크다”며 “여기에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은 과거보다 크게 개선돼 보이면서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자신들의 몫을 빼앗겼다는 오해와 착각이 발생한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이 이를 일상화하고 확산시킨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3년간 ‘성평등’을 키워드로 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 부정적 연관어 1위가 ‘여성혐오’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 장관은 정부가 이러한 성별갈등 문제에 수세적 대응에 그치는 것이 아닌 적극적인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통을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평등 부문에서 주목하는 또 하나는 바로 여성 일자리 문제다. 정 장관은 노동시장에서 성별 임금격차와 고용불안을 겪으며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시 하향 취업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평등 관점에서 고용현장의 성차별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범정부 정책 마련을 주도할 것”이라며 “여성 일자리 문제 만큼은 꼭 임기 중 가시적 성과를 내고 싶다”고 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자신의 추천도서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다양한 가족형태 포용하는 사회문화 형성→출산율 증가”

여성가족부 장관답게 인터뷰의 키워드는 ‘여성’과 ‘가족’으로 압축됐다. 이 중 가족에 대한 고민은 그가 추천도서로 꼽은 ‘이상한 정상가족’의 내용과 맞닿아있다. 김희경 작가의 ‘이상한 정상가족’은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만을 정상가족으로 규정하고 그 외 모든 형태의 가족을 배척하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 장관은 특히 부모가 자녀를 체벌하는 것을 ‘사랑의 매’로 미화하고 가정 내 폭력에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상을 주목했다.

그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며 “예컨대 미혼모 쉼터에 가보면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많은데 이들은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로 집을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미혼모 등 한부모가족, 다문화가족, 1인가구 등이 모두 다양한 형태의 가족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이들을 배척하고 차별하는 문화가 크다.

최근 발생한 고준희양 사건과 광주 3남매 화재사망사건 등 인면수심의 아동학대 사건도 모두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매몰된 나머지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게 정 장관의 판단이다. 정 장관은 “전적으로 가족에게만 맡겨둘 것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의 인식이 있었다면 아이들이 죽는 상황까지는 안갔을 것”이라며 “(어떤 경우라도) 아동에 대한 체벌은 금지하는게 맞다”고 꼬집었다.

그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나가야 할 방향은 ‘자율적 개인과 열린 공동체’라고 했다.

정 장관은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은 ‘혼인·혈연·입양에 의한 공동체’만을 가족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됐다”며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다양한 가족유형을 ‘비건강가정’으로 규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건강가정기본법을 가족기본법으로 바꾸고 다양한 가족형태에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서구의 사례처럼 가족개념을 확대하고 다양한 가족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결국 저출산·고령화 시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유럽 국가들은 정부지원에서 혼인여부와 관계없이 차별을 두지 않고 자녀양육, 재산분할 등 법률적·제도적 차별을 개선하고 인식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비혼 출산율이 높은 프랑스(55.8%), 스웨덴(54.3%)의 합계출산율이 각각 2명과 1.88명으로 높아졌다.

그는 “결혼을 전제로 한 출산장려 정책과 함께 홀로 자녀를 낳게 된 미혼모들이 안정적으로 출산하고 양육할 수 있는 환경 조성도 중요하다”며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포용적 사회문화가 형성돼야 출산율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1953년 부산 출생. 이화여고, 서울대학교 역사교육학과 학사과 동 대학원 서양사 석사 이수하고 독일로 건너가 보쿰대 독일현대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여성연합과 참여연대 대표를 각 6년씩 지내며 시민운동의 최일선에서 활동했다. 여성연합 대표 활동시에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지원하며 위안부 피해자와 함께하는 ‘수요집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역사교육연구회 회장 등을 역임중에는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 위원회 공동대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7월 문재인 정부의 초대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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