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엠 가질 수 있는데 왜 그랬어?…“하이브스럽지 않아서요”

[위클리M&A]
에스엠 인수전 쿨하게 포기한 하이브
2019년 부터 관심…최근 들어 급진전
예상 못한 과열…적정가 넘었다 판단
비이성적 결정은 '하이브스럽지 않다'
M&A 과정서 볼 수 있는 사례 집대성
  • 등록 2023-03-18 오전 8:20:00

    수정 2023-03-18 오전 11:01:32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던 에스엠(041510) 인수전이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주가 추이만 봐도 최근 분위기를 알 수 있다. 17일 에스엠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25% 오른 11만3000원에 장을 마쳤다. 오름세로 마감했지만, 카카오(035720)가 공개매수가로 설정한 15만원과 견줘 크게 빠진 수치다. 지난 8일 15만8500원에 장을 마치며 ‘이러다 20만원까지 뚫는 것 아니냐’던 전망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카카오의 공개매수 성공 가능성이 커진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관훈클럽 주최로 열린 관훈포럼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에스엠 인수전이 새 국면을 맞은 이유는 카카오와 인수 경쟁을 펼치던 하이브(352820)의 결단이 영향을 미쳤다. 하이브는 지난 12일 에스엠 인수 절차를 중단하는 한편 카카오가 에스엠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에 협력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하이브는 보도자료를 통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며 “하이브의 주주 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전했다. 하이브는 카카오의 추가 공개매수로 에스엠 인수를 위해 지불해야 할 가격이 적정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내심 주가가 더 뛰길 바라던 주주들로서는 돌연 마침표를 찍은 에스엠 인수전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방시혁 의장은 공개석상에서 그간 펼쳐진 에스엠 인수전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방 의장은 지난 15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 포럼에서 “시장 질서를 흔들면서까지 인수할 수는 없었다”며 인수 중단 배경에 대해 말했다.

방 의장 발언을 종합하면 하이브는 지난 2019년부터 에스엠 인수를 생각하고 있었다. 네이버(035420)CJ ENM(035760), 카카오 등이 에스엠 인수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을 때다. 같은 시기 하이브도 에스엠 인수에 대한 의지가 있었다고 방 의장은 말했다.

하이브는 두 차례에 걸쳐 인수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이수만 에스엠 전 총괄 프로듀서에게 지분 인수 의향을 묻는 연락이 왔고, 내부 검토 후 에스엠 인수에 뛰어들었다.

실제로 하이브는 지난달 10일 이 전 총괄 지분 14.8%(352만3420주)를 422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이브는 아울러 소액 주주 대상 공개매수에 나서 최대 25%(595만1826주) 지분을 7172억원에 취득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총 1조1400억원에 달하는 대형 M&A에 나설 채비를 구체화한 것이다.

방 의장은 “내부에서 찬성과 반대 의견이 있었다”면서도 “과거 인수를 반대한 요인이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해 지금은 ‘가도 좋겠다’고 보고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에스엠 주가가 폭등하는 상황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방 의장은 설명했다. 시장 과열을 감수하면서까지 인수전에 깃발을 꼽아야 하는 게 맞느냐는 의문이 생겨난 것도 이때부터다.

방 의장은 “우리는 오랜 시간 에스엠이라는 회사에 대해 생각했기에 (정해 놓은) 명확한 가치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가치를 넘어서는 순간이 있었다. 그 순간 고민이 시작됐고, 끝내 인수하는 게 맞느냐는 논의가 치열하게 있었다”고 설명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관훈클럽 주최로 열린 관훈포럼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방 의장은 카카오와 협상 타결 이후 이수만 전 총괄과도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해당 내용을 접한 이 전 총괄은 “이길 수 있는데 왜 그만하지”라고 반응했다고 한다. 방 의장은 이 전 총괄의 말에 답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포럼에서 ‘하이브스럽지 않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과도한 출혈이 수반된 ‘승자의 저주’는 하이브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음을 우회적으로 전한 것이다.

에스엠 인수를 철회한 상황에서 하이브가 보유하고 있는 이 전 총괄 지분에도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당장 카카오의 공개매수에 응한다면 한 달 만에 25%의 수익률을 벌 수 있어서다. 산술적으로 공개매수에 전량 응하면 1000억원 넘는 돈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뜯어보면 보유 지분을 카카오에 매각하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카카오와의 전략적 협력을 위해서는 에스엠 지분을 확보하는 게 이롭다는 판단에서다. 설령 공개매수에 응하더라도 ‘안분비례’ 원칙에 따라 원하는만큼 지분을 팔 수도 없다. 이 부분에 대해 방 의장은 “합리적으로 도리에 맞게 선택하려고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삐딱하게 바라보는 쪽에서는 ‘결국 자금(배짱)이 부족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언제 끝날지 모를 과열을 감수하면서까지 인수하는 게 맞느냐 묻는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인수에 나설 때부터 생각해오던 회사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훌쩍 넘어서는 상황까지 감내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판단은 에스엠을 떠나 모든 M&A 인수전에서도 통용된다.

수천억원, 수조원이 들어가는 M&A가 자존심이나 의지로만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가 2차 공개매수에 실패했을 경우를 떠올려보자. 2차 공개매수가에 웃돈을 얹어 3차에 나서야 하고, 이마저도 실패하면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결국 ‘누구를 위한 공개매수’인지를 허심탄회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에스엠 인수전은 자본시장에 주는 ‘케이스스터디’ 거리가 적지 않다. 올 들어 열기를 뿜고 있는 공개매수를 활용한 인수 시도는 물론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다채로운 미디어 채널을 동원한 양측 입장 피력에 이르기까지 M&A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사례를 집대성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때로는 쿨하게 인수를 포기할 줄 아는 포지션도 존재한다는 걸 하이브가 보여줬다는 것이다. 기존에 추구하던 본질적 가치를 넘어선다면 접을 줄 아는 것도 어쩌면 또 다른 이름의 결단력 있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게 어쩌면 방 의장이 말하는 ‘하이브스러움’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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