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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은 당연히 가장 높은 수준의 괴물이라 할 수 있다. 모두가 걱정하거나 끝이라고 생각할 때 마다 보란 듯 더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한국 리그에서 류현진을 겪어 본 선수들 대부분이 가장 인정하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한국 타자들은 “류현진도 칠 만한 공을 던질 때가 있다. 하지만 이쯤이면 하나 칠만 하겠다 마음 먹을 때면 기다렸다는 듯 엄청난 공이 들어온다. 때문에 류현진 앞에서는 번번히 무기력감을 느껴야 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선 류현진은 ‘1회 징크스’라는 새로운 벽에 부딪혔다. 1회를 늘 어렵게 넘겨야 했기 때문이다. 무너지지는 않아도 늘 1회에 많은 공을 던지며 힘겹게 출발하곤 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또 한번 진화했다. 바로 다음 등판이었던 31일 샌디에이고전서 그는 1회 가장 빛나는 투구를 했다.
단 13개의 공 만으로 1회를 마쳤으며 삼진을 무려 2개나 잡아내는 빼어난 구위를 선보였다.
첫 타자 크리스 디노피아는 단 3개의 공 만으로 중견수 플라이를 솎아냈고 2번 윌 베너블과 3번 제드 저코는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몸이 다소 늦게 풀리는 특징이 그의 1회 징크스를 만드는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됐다. 하지만 류현진은 또 한번 진화를 보여줬다. 1회부터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업그레이드 투구로 주위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것이다.
류현진은 그냥 괴물이 아니라 끝없이 자신의 껍질을 깨고 진화하는 야구 천재임을 이날 경기를 통해 다시 한번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