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트라우마' 넘은 국민연금, “명분·실리 두 마리 토끼 잡았다”

"채무조정 수용이 국민연금 수익제고에 유리"
  • 등록 2017-04-17 오전 12:50:55

    수정 2017-04-17 오전 1:38:44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 했다. 최대 사채권자인 국민연금의 결단이 아니었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조정안 협상의 승자는 국민연금이라는 평가다.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기며 최순실 트라우마를 떨쳐버렸다는 긍정적 분석도 나온다.

17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3월 23일 발표된 대우조선해양의 자율적 채무조정 방안에 대하여 찬성 결정했다”고 밝혔다. 채무조정 수용이 기금의 수익 제고에 보다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찬성’하기로 최종 결정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투자 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적 상태와 경영정상화 가능성 등을 살피고, 재무적 투자자로서 취할 수 있는 경제적 실익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의 핵심은 오는 21일부터 순차적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1조3500억원(CP 포함시 1조5000억원)에 대한 출자전환 동의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절반인 7500억원에 대해 출자전환을 요청하고 나머지 절반에 대해서는 상환 유예를 요구했다. 이중 국민연금이 보유한 회사채 규모는 전체 약 30%에 해당되는 3900억원이다. 산은이 최초에 제시한 채무조정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1900억원을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1900억원에 대해서는 상환을 유예하게 된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대우조선해양의 회생 가능성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삼정KPMG 실사 자료를 통해 산은이 제시한 대우조선해양의 회생 가능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상 시나리오 대로 대우조선해양이 살아나지 않으면 상환 유예 채권은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

이에 국민연금 측이 줄곧 요구한 사항은 상환을 유예하는 회사채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지급 보증을 해 달라’는 것이다. 단순히 회사가 좋아져 신규 자금이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갚게 되는 구조가 아니라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확약을 해달라는 요청이다. 이에 대해 산은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민연금의 요구를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 10일 32개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도 “국민연금이 자신들의 이익만 보장 남길 바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산은의 강경한 태도에도 국민연금은 굴하지 않았다. 결국 한 걸음 물러선 쪽은 산은이다. 상환 유예 채권에 대한 별도 계좌(에스크로)를 만들어 경영 정상화 즉시 입금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국민연금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며 협상의 여지를 남긴 셈이다.

긴급히 협상을 재개한 국민연금은 마지막으로 대우조선해양이 청산 시에도 받을 수 있는 상환액을 요구했다. 이에 산은 측은 또다시 “회사가 망하더라도 내 돈을 갚으라는 심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급진전 되던 화해 분위기가 다시 얼어 붙었다.

여기에 대해서도 국민연금은 양보하지 않고 시간을 끌며 끝까지 요구 사항을 관철했다. 결국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의 청산가치에 해당하는 1000억원을 우선 입금키로 확약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이번 협상에서 국민연금은 원하는 바를 관철함과 동시에 명분까지 챙겼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의 180도 바뀐 협상 스타일은 홍완선 전 본부장과는 다른 강면욱 본부장의 리더십에 기인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메리츠종금증권의 마케팅 담당 임원 출신은 그는 이번 협상에서 때로 유연하게 때론 강경하게 적절히 수위 조절을 하며 최종 합의점을 도출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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