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삼성 5대 쇄신안 지켜졌는데 文정부의 반부패 5대 원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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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미전실 해체 등 모두 이행
文정부의 느슨한 반부패 척결
유독 재벌 개혁에만 서릿발 잣대
  • 등록 2018-03-02 오전 5:00:00

    수정 2018-03-02 오전 5:00:00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출입구. [이데일리 DB]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삼성은 지난해 2월 28일 오후 ‘알려드립니다’란 참고자료를 통해 △미전실 해체와 실·차장 및 팀장 사임 △각사 대표이사 및 이사회 중심 자율 경영과 그룹 사장단 회의 폐지 △대관(對官) 업무 조직 해체 △외부 출연금, 기부금 일정기준 이상은 이사회 또는 이사회 산하 위원회의 승인 후 집행 △박상진 승마협회회장 사임 및 승마협회 파견 임직원 소속사 복귀 등 5개 쇄신안을 발표했다. 다음날인 3월 1일 자로 곧바로 해체된 미전실은 불과 일주일만에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무실을 완전히 비웠다. 또 소속 임직원들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각 계열사로 흩어졌고, 대관 업무 조직은 사라졌다.

삼성전자는 현재 10억원 이상의 모든 외부 출연금과 기부금을 이사회를 거쳐 집행하고, 의무사항이 아닌데도 매번 공시하고 있다. 50대 이하로 세대교체를 이룬 2018년도 사장단 인사는 그룹 단위가 아닌, 관련 계열사 단위로 이사회 승인을 통해 이뤄졌다. 삼성은 지난 1년 간 스스로 약속한 쇄신안을 사실상 모두 이행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또다시 검찰의 다스(DAS) 관련 수사에 휘말리며 경영 정상화가 언제 이뤄질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재용 부회장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지만, 한 달 가까이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재계에선 문재인 정부의 반(反) 기업 정서가 삼성의 경영 위축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당선 후 반드시 이행할 ‘10대 공약’을 내걸었다. 그 중 세 번째로 거론한 핵심 공약이 ‘반부패·재벌 개혁’이었다. 특히 재벌 개혁에 대해서는 불법경영승계와 황제경영, 부당특혜 근절 등을 목표로 규제의 강도를 계속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반부패 개혁의 핵심 사안으로 고위공직에서 원천 배제하겠다던 △병역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원칙은 1기 내각 장관 중 절반 이상이 해당되며 사실상 지켜지지 않았다.

반면 재벌 개혁에 대해서는 무(無) 관용의 원칙 하에 대주주 일가 지배력 강화 차단과 지주회사 요건 및 규제 강화, 자회사 지분 의무소유비율 강화, 일감 몰아주기 및 부당내부거래 조사·수사, 금융계열사 의결권 행사 제한 등 모든 조치가 고강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SDI(006400)가 보유한 삼성물산(028260) 주식 404만 2758주 전량을 오는 8월 말까지 매각하라고 통보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사태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2016년 12월, 당시 미전실 팀장 중 한 명은 경영 정상화 시점에 대해 “기업인들이 수사와 관련해 불려다니는 상황에선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나 의사 결정은 미뤄질 수 밖에 없다”며 “이번 사태가 일단락되면 내년 봄 쯤이면 경영이나 투자 계획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다음해 3월, 그는 회사를 떠났고 한해가 더 지나 삼성은 또다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은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의 봄을 맞고 있다. 스스로에겐 느슨한 반부패의 잣대가 유독 기업에만 가을 서릿발처럼 엄하다면 제대로 된 적폐청산이 이뤄질 수 있을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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