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구경꾼"…연예인 공연장 돼버린 대학가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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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유명 연예인 공연 앞세워 축제 홍보전
중고거래 사이트서 티켓 3~5배에 거래되기도
일부 “연예인 섭외비용, 학생 복지에 사용해야”
전문가 "학생 스스로 문화 바꾸려고 노력해야"
  • 등록 2019-06-02 오전 8:52:18

    수정 2019-06-02 오전 8:52:18

지난 한 달간 열린 서울 시내 대학 축제의 홍보 포스터. 공연 무대에 서는 연예인을 중심으로 대학 축제를 홍보하고 있다. (사진=중앙·한성·건국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갈무리)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대학가에서 매년 축제 때마다 진행하는 연예인 공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예인이 축제의 주인공이 되다 보니 학생들은 구경꾼이나 손님 등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인데다 공연을 보기 위한 암표 거래까지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학생은 학생 복지에 쓰일 돈이 연예인 섭외에 불필요하게 쓰인다며 불평도 쏟아내고 있다.

광운·홍익 ‘싸이’, 국민·경희 ‘볼빨간사춘기’…연예인 섭외비만 3411만원

매년 5월은 대학가의 축제 시즌이다. 올해도 서울 시내 대학들은 지난 4월 30일 서울대를 시작으로 지난달 31일 한성대까지 약 한 달간 축제를 진행했다. 하지만 각 대학들은 학교 축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유명 연예인의 공연을 축제 홍보에 앞다퉈 사용했다. 광운·인하·홍익대 는 가수 싸이를 축제 공연의 대표 가수로 내세웠다. 국민·경희·세종대는 볼빨간사춘기를 축제 공연에 초대했다고 홍보했다.

이처럼 연예인 공연이 대학 축제의 중심이 되면서 각종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암표다. 지난달 17일 열렸던 연세대 응원단 ‘아카라카’ 공연 티켓은 공연이 진행되기 2주 전부터 각종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 웃돈을 얹어 거래됐다. 연세대 응원단은 올해 재학생들에게 티켓을 한 장당 1만 3000원에 판매했는데 온라인 암표 시장에서는 정가보다 최대 5배 비싼 6만 5000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25일 개최된 고려대 응원단 ‘입실렌티’의 공연 티켓의 한 장당 가격도 정가인 1만 3000원의 약 3배인 3만 5000원에 거래됐다.

대학 축제 공연 티켓이 정가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이유는 연예인 때문이다. 대학 축제 공연에 초청되는 연예인이 정해지면 해당 연예인들의 팬들은 공연 티켓을 구하기 위해 암표 시장에 몰린다. 각 대학 응원단이 매년 단속을 하지만 처벌과 감시할 권한이 없어 암표 거래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대학 재학 시절 총학생회에서 활동했다는 최모(29)씨는 “대학 축제의 성패는 ‘어떤 연예인이 무슨 공연을 했느냐’로 굳어진지 오래”라며 “각 대학의 총학생회는 다른 학교와 비교해 콘텐츠를 얼마나 차별화했느냐 보다 얼마나 더 유명한 연예인을 초정했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 축제에 대학생들만의 창의적이고 참신한 콘텐츠는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의 조사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전국 134개 4년제 대학이 사용한 축제 공연 연예인 섭외 평균 비용은 3411만원을 기록했다. 한 축제 공연 섭외 대행업체 관계자는 “대학 축제에 자주 초청되는 인기 연예인을 섭외하려면 최소 30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며 “인기 연예인 두세 명을 무대에 세우면 섭외 비용은 5000만원을 훌쩍 넘긴다”고 말했다.

“연예인 섭외에 쓴 등록금 아까워” …총학 “학생에 인기 많아 어쩔 수 없다”

일반적으로 연예인 섭외는 각 대학의 총학생회가 담당하지만 섭외 비용은 대학에서 낸다. 학생들의 등록금이 연예인 섭외에 사용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학 축제에서 연예인 공연을 없애고 섭외 비용을 학생들을 위한 복지 비용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시내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 이모(22)씨는 “학생들이 낸 등록금을 연예인 섭외에 쓰는 것이 아깝다”며 “연예인 섭외 비용을 모아서 교내 휴게실 설치 등 학생들을 위한 복지시설을 만드는 데 사용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했다는 직장인 김모(28)씨도 “학교에 다니면서 대학 축제 시즌이 돌아올 때마다 연예인을 불러 공연하는 것이 이해가 안됐다”며 “그 돈으로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시설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등록금이나 학생회비를 걷는 취지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총학생회는 많은 학생이 연예인 공연을 좋아하고 원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씨는 “한 해 총학생회 예산 중 축제에 연예인을 부르는 비용은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학생 다수가 축제에서 가장 핵심으로 꼽는 연예인 공연을 진행하지 않으면 총학생회가 학생들에게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총학생회가 무리해서라도 인기 연예인을 축제에 초청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대학 총학생회 관계자도 “재학생들이 연예인 공연을 좋아해서 초청하는 것”이라며 “연예인 공연 외에 다른 콘텐츠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대학가에 연예인 공연 중심의 축제 문화가 형성된 것은 대학생들의 자의식이 사라지고 상업문화의 소비자로 전락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이 문제를 스스로 깨닫고 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학생들이 낸 등록금을 교육이나 복지 등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며 “연예인 공연을 위해 등록금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 축제가 학생들이 구경만 하는 소비자가 되면 안된다. 학생들 스스로가 축제의 중심이 되고 학교 구성원들이 다 함께 참여해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며 “축제를 통해 공동체 정신을 배우고 학생들만의 독자적인 문화를 발현할 수 있는 장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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