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적금 상품의 계절이 돌아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연초부터 기준금리 0.25%포인트 추가 인상에 나선 데다 자산시장이 조정기를 맞아 투자에 섣불리 나서기도 어려워서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과도한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에서 고금리 예·적금이 잇달아 나오겠지만, 다른 한편으론 조달금리 상승에 따라 5%를 훌쩍 넘거나 ‘6%대 주택담보대출’ 출현도 초읽기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에 발맞춰 신속하게 예·적금 상품의 이율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18개 정기예금과 20개 정기적금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올렸다. 신한은행도 정기 예·적금 36개 상품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의 ‘우리 WON 적금’은 최고 연 2.60%로, 신한은행의 ‘안녕, 반가워 적금’의 1년 만기 최고 금리는 연 4.4%로 인상됐다. 하나은행도 18일부터 예·적금 22개 상품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인상한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조만간 수신금리 인상 행렬에 동참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이번 주 안에 수신금리를 인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크크크’ 출범 100일을 맞아 최대 월 납입금 20만원 한도로 연 7% 금리를 주는 ‘크크크777 정기적금’을 내놨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최대 연 5% 금리의 ‘위드 정기적금’을 판매 중이다. 연 2.1% 금리를 우리원(WON)저축은행 모바일 앱에 가입하고 마케팅 동의를 완료하면 2.9%포인트를 추가로 준다. 월 최대 납입금액은 20만원이다. 웰컴저축은행의 ‘웰뱅 든든적금’은 총 6.0%(기본금리 2.0%, 우대금리 4.0%)의 금리를 준다. 신용평점에 따라 저신용자(1~350점)를 더 많이(3.0%포인트) 우대해준다.
수신금리 인상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5%로 인상된 현 기준금리 수준이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밝힌 데다 예대금리차를 당국도 주시하고 있어서다.
|
전문가들은 금리인상이 계속될 수 있는 만큼 예·적금 만기는 1년 이상 장기간보다는 만기가 짧은 상품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양재PB센터 팀장은 “보통 1년짜리 정기예금보다는 3개월 또는 6개월마다 바뀐 금리를 적용하는 회전식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며 “적금은 가입 시점에 금리가 정해져 (금리 인상기를 고려해) 예금보다는 나중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6개월 후부터 적금에 가입하겠다’는 전략이 낫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대출자라면 수신금리 상승이 무조건 반가워할 일은 아니다.
수신금리 인상은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에 반영돼서다. 대표적으로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기준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른다. 코픽스는 은행들이 예·적금, 은행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비용으로 예·적금 금리가 오르면 코픽스 금리도 오른다. 이날 은행연합회는 지난해 12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전월보다 0.14%포인트 높은 1.69%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019년 7월(1.78%) 이후 최고치다. 상승폭은 역대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던 전월(0.26%p)보다 줄었지만 0.10%포인트를 웃도는 수준이다. 은행들은 18일부터 신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이 12월 코픽스 금리를 반영한다. 국민은행은 17일 기준 연 3.57~5.07%였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18일부터 3.71%~ 5.21%로 0.14%포인트 인상한다. 우리은행도 17일 기준 3.80~4.81%였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18일 3.94~4.95%로 0.14%포인트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