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증거로 타인 개인정보 담긴 서류 제출 가능할까?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1·2심 "개인정보 누설" 판단…위자료 30만원
대법원 파기환송 "사회상규 위배 아냐"
소송 필요성·민감정보 아니어서 정당행위 인정
  • 등록 2025-10-06 오전 9:00:00

    수정 2025-10-06 오전 9:00:00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재판 과정에서 소송상 필요한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는 행위와 관련해 대법원은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소송 증거로 개인정보가 포함된 자료를 제출하는 행위가 무조건 위법한 것이 아니라, 소송행위의 일환으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정당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는 법리를 명확히 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 방인권 기자)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A씨가 변호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B씨가 제기한 상고를 받아들여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6일 밝혔다.

변호사인 B씨는 C씨와 D씨 간 손해배상 소송에서 C씨의 소송대리인을 맡았다. 이 소송에서 D씨 측 소송업무를 A씨가 처리하고 있었다. B씨는 2022년 6월 “변호사가 아닌 A씨가 불법적으로 법률사무를 취급하고 있다”며 A씨와 투자자 G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계약서 사진을 준비서면에 첨부해 제출했다.

이 계약서에는 “A씨가 G씨에게 소송 정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피해보상금의 50%를 받는다”는 내용과 함께 A씨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가 기재돼 있었다.

B씨는 준비서면에서 “변호사 자격이 없는 A씨가 다단계판매 투자 관련 분쟁에서 다수 투자자로부터 사건을 수임해 고소장을 작성하는 등 법률사무를 취급하고 있다”며 “D씨의 주장은 A씨에 의해 왜곡된 일방적 주장”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자신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가 포함된 계약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라며 B씨를 상대로 위자료 4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의 청구를 일부 인용해 B씨가 A씨에게 3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B씨는 A씨의 개인정보가 기재된 계약서 사진을 업무상 취득해 보관한 자로서 개인정보 보호법 제59조에서 정한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B씨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업무상 알게 된 A씨의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해선 안 될 의무를 부담한다”며 “A씨의 의사에 반해 제3자에 대한 민사소송에 무단으로 사용했으므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B씨는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은 이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59조 제2호는 개인정보 누설의 상대방을 제한하고 있지 않으므로, B씨가 A씨의 개인정보를 법원에 제공한 행위 역시 개인정보 누설 행위로서 개인정보 보호법상 금지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B씨는 A씨에 대한 변호사법 위반 고발이 불송치 결정된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별다른 추가 자료 없이 계약서를 제출했다”며 “계약서는 종전 사건의 주된 쟁점을 입증하기 위한 자료도 아니고, 제출 시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가리는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1·2심과 달랐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재판 과정에서 소송상 필요한 주장의 증명을 위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소송서류나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정당행위 해당 여부는 △개인정보 수집·보유·제출 경위 및 목적 △제출 상대방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제출 여부 △비실명화 등 안전성 확보 조치 가능성 및 여부 △제출한 개인정보의 내용과 성질 및 양 △침해되는 법익의 내용과 성질 및 침해 정도 △다른 수단이나 방식의 존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시했다.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B씨가 계약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행위는 소송행위의 일환이고 △계약서 사진 취득 과정에서 다른 법익을 침해한 사정을 찾기 어려우며 △계약서에 기재된 개인정보는 계약 당사자 특정에 필요한 정보 범위를 넘지 않고 민감정보 등은 포함되지 않았으며 △소송기록 열람·복사 절차에 개인정보 보호 규정이 적용돼 제3자 제공 위험성도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실과 사정을 비추어 보면 B씨가 계약서를 법원에 제출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에는 정당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MICE 최신정보를 한눈에 TheBeLT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류현진 아내, 시아버지와
  • 수능 D-1
  • 로코퀸의 키스
  • 젠슨황 "러브샷"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