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훼손' 유상증자 안된다…당국 문턱 넘으려면?

[깐깐해진 유상증자]②
유증 대금은 주주에게 수혈받은 자금
본업과 무관한 M&A나 차입금 상환에 쓰면
물량 부담·주주가치 훼손 우려 높아
재무구조 개선·신사업 등 주주 설득이 관건
  • 등록 2025-02-11 오전 6:20:00

    수정 2025-02-11 오전 9:01:24

이 기사는 2025년02월11일 04시20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소액 주주의 권리 보호 차원에서 금융당국의 눈높이가 한층 높아지면서 유상증자를 통한 상장사들의 자금 조달 난이도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무려 27곳의 상장사 유상증자에 정정 요구를 했고, 이 가운데 3개사는 유증 계획을 최종 철회했다. 주주에게서 빌린 돈이 사업성과 무관한 인수합병(M&A), 차입금 상환 등에 활용되는 경우 주주 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규제 문턱도 강화될 전망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금감원이 유상증자 관련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한 곳은 현대차증권(001500), 대한광통신(010170), 이수페타시스(007660), 하이소닉(106080), 이오플로우(294090), 고려아연(010130), 압타머사이언스(291650), 스카이월드와이드(357880), 휴림로봇(090710), 이렘(009730), 다원시스(068240), 대한전선(001440), 판타지오(032800), 알체라(347860), 애니젠(196300), 금양(001570) 등 총 27개사다. 2023년 연간 유상증자 관련 정정 요구가 14건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1년새 정정 요구가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 정정 요구를 받은 상장사 가운데 금감원의 문턱을 넘은 곳은 손에 꼽는다. 이오플로우, 금양,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를 최종 철회했고 이수페타시스, 대한광통신, 큐로홀딩스 등은 유상증자 규모를 대폭 줄이고 운영자금이나 시설투자에 활용하는 쪽으로 용도를 바꾸고 난 후 증권신고서 효력발생을 기다리고 있다. 금감원의 정정 요구가 사실상 철회 압박으로 읽히는 이유다.

정정 요구를 받은 곳은 3개월 이내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이 신고서를 확인한 뒤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추가 정정이 있을 수 있다. 내용을 보완해 금감원의 검수를 최대한 빠르게 통과하는 것이 답이지만,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 계획엔 차질이 불가피하다.

주주 반발에 무산…9차례 정정 끝에 철회하기도

최단 기간에 유상증자 계획을 접은 곳은 고려아연이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10월 30일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11월 6일 금감원의 정정 요구 일주일만인 11월 13일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겪는 고려아연은 주당 67만원에 총 2조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하지만 유증으로 조달한 자금 중 2조 3000억원의 차입금을 우선 상환하겠다고 밝히면서 주주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일부 주주들은 고려아연을 상대로 소송전에 돌입했다. 고려아연 주가는 유상증자 발표 직전 장중 150만원을 호가했으나, 악재성 재료인 유상증자 발표 직후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주주 피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고려아연 측도 “유통물량 증가와 주주 기반 확대로 분쟁을 완화하고 국민기업으로 전환을 도모하려 했으나 시장 상황 변화와 투자자의 우려, 감독 당국의 정정 요구 등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진원생명과학은 11개월간 총 9차례 정정 끝에 유상증자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2023년 5월 시설 자금 및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유상증자 및 1주당 0.2주의 무상증자 추진을 결정했으나 금감원으로부터 총 4차례 정정 요구를 받았고, 자진 정정을 포함해 9번의 정정을 거쳤지만 지난해 4월 결국 철회했다. 이오플로우 역시 총 6차례 정정신고서를 내면서 관리 종목 지정 가능성 등 리스크를 추가했지만 계획은 엎어졌다.

‘허위 공시’로 논란을 빚은 금양도 금감원 문턱을 넘지 못 했다. 금양은 지난해 9월 27일 시설자금 및 채무상환 자금 조달을 위해 4503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지만 10월 17일 금감원으로부터 정정 요구를 받았다. 앞서 금양은 지난해 5월 몽골 광산개발 관련 실적 전망을 대폭 축소하면서 허위 공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후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내면서 금감원의 레이더에 걸렸고, 결국 철회 수순을 밟았다.

규모 줄이고 용도 바꾸고…금감원 설득에 ‘사활’

반면 시가총액에 맞먹는 유상증자에 성공한 사례도 나왔다. 현대차증권은 지난해 11월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는데, 이는 당시 시총(2400억원)과 비슷한 규모여서 지분 가치 희석을 우려하는 주주 반발이 거셌다. 금감원은 12월 11일 현대차증권에 정정 요구를 했고, 현대차증권은 금감원 요구에 자진정정 4번을 더해 총 5번의 정정 끝에 올해 1월 10일 증권신고서 효력이 발생했다.

현대차증권은 정정신고서에서 유상증자의 당위성을 적극 소명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따른 부실 위험에 따라 대손충당금 설정이 영업용순자본비율(NCR) 하락으로 이어졌고, 이 부분을 유상증자로 보완하겠다는 내용이 강조됐다. 또 최초 증권신고서에서 밝힌 2000억원을 조달해 1000억원은 채무 상환, 1000억원은 차세대 시스템 개발에 사용하려던 계획을 1684억원으로 줄이고 채무 상환에 활용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시장 친화적인 구조를 짰다.

정정신고서 제출 후 효력 발생을 기다리는 이수페타시스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수페타시스는 지난해 11월 8일 오후 6시 44분에 55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밝히면서 이중 2500억원을 제이오(418550) 경영권 인수에 활용하겠다고 밝히며 ‘올빼미 공시’ 논란을 빚었다. 반도체 기판 기업인 이수페타시스가 2차전지 기업인 제이오 인수를 통한 시너지가 적을 거라는 비판과 함께 저녁 시간 기습적으로 이뤄진 유상증자 공시에 주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이수페타시스는 지난해 12월 2일 금감원의 정정 요구를 받았고 총 4번의 정정을 거치면서 유상증자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당초 5500억원 규모로 구성된 유상증자 규모는 2500억원으로 크게 줄였고, 제이오 경영권 인수도 포기했다. 또 증자 전액은 시설투자에 활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호재도 악재도 되는 유상증자…당위성이 관건

금감원의 ‘철퇴’는 지난해 7월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을 위한 계열사 합병 증권신고서부터 깐깐해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지난해 연간 정정 요구 27번 가운데 19번은 모두 하반기에 집중됐다. 당초 정정 요구가 빈번했던 기업공개(IPO) 뿐만 아니라 유상증자 등 전체 증권신고서에 대한 서류를 꼼꼼히 살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증권신고서의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거나, 신고서 상 중요 사항이 거짓 기재 혹은 누락된 경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내용이 충실하지 못한 증권신고서가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중대한 오해를 불러 일으켜 주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고, 신주 발행 가격이 현 주가보다 낮게 설정된다면 주가 하락 압력을 가중시키는 악재성 재료로 읽힐 수 있다”면서도 “기업의 미래 투자나 신사업을 위한 유상증자는 악재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유상증자의 당위성을 증명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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