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북한이 10일 오후 10시께부터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심야 열병식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개최한 가운데 수만명 이상의 병력 및 군중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정 이동식발사대(TEL) 이동 장면이 위성에 포착됐다.
11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이 미국 초소형 SAR(합성개구레이더) 위성업체 ‘엄브라(Umbra)’로부터 입수한 위성사진(10일 오후 10시 1분 및 10시 34분 촬영)에 따르면, 김일성광장에는 병력 및 군중 수만 명이 밀집해 있었다. 사진에는 열병종대가 진입하는 장면과 함께 대형 ICBM으로 추정되는 이동식 발사대들이 대기 중인 모습이 식별됐다.
유 의원은 “장비 종대 후반에 대형 ICBM들이 확인되며, 화성-19형 또는 다탄두 탑재 신형 화성-20형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촬영은 평양에 비가 내린 상황에서도 가능했다. 일반 전자광학(EO) 위성과 달리 SAR 위성은 야간·악천후에도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엄브라는 해상도 16~50cm급의 초소형 SAR 위성을 운용하고 있다.
북한은 당초 10일 우천 예보로 인해 하루 전날인 9일 열병식을 진행할 것이란 관측이 있었으나, 실제 행사는 기념일 당일 밤에 시작됐다. 비로 인해 항공 전력의 시연에는 일부 차질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야간 열병식을 통해 핵·미사일 전력을 극적으로 부각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2020년 노동당 창건 75주년 이후 최근 7차례의 열병식을 모두 야간 또는 심야에 개최했다. 조명 연출로 최신 무기의 위용을 강조하고 결함은 감추는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다.
정주년(80주년)을 맞은 이번 열병식은 규모와 구성 면에서 역대 최대 수준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국방발전-2025’ 전시회에서 공개한 신형 무기들을 대거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화성-19형 개량 ICBM의 다탄두 버전으로 추정되는 화성-20형, 극초음속 단거리탄도미사일 화성-11마,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2종, 초음속 순항미사일 등이 포함된다.
유용원 의원실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3000t급 전술핵잠수함과 핵 추진 잠수함용 신형 전략 SLBM도 공개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극성-XA’는 기존 ‘북극성-5’보다 탄두부가 크고 탑재량이 늘어난 형태로, 또 다른 소형 ‘미니 SLBM’은 해상발사용 KN-23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이번 열병식에는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겸 통합러시아당 의장이 참석했다. 두 인사는 연단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나란히 서서 북·중·러 연대를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또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도 방북해 열병식을 참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 서기장의 방북은 2007년 이후 18년 만이다.
한편, 이번 열병식에서 김정은의 딸 김주애가 등장했는지도 관심사다. 그는 지난달 김정은의 중국 방문에 동행해 ‘후계자 확정’ 평가를 받았으나, 이후 한 달 가까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