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이 무산된 것은 국제 관례를 무시한 북측의 무리한 요구로 빚어진 결과임은 물론이다. 북측이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을 수석대표로 내세우고도 우리에 대해서는 장관급이 나서야 한다며 요구해온 것은 억지에 가깝다. 현재 조평통 위원장 자리는 공석이라지만 부위원장이 여러명 있는데도 그 밑의 직책인 차관보급을 우리의 장관급과 같은 반열로 주장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남북간 대화 채널이 끊어진지 5년 만에 회담이 열린다는 의미를 감안했다면 북측도 당연히 그에 걸맞는 대표를 내세웠어야 했다. 우리가 실무접촉 단계부터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수석대표로 나와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던 것이 그런 이유다. 대표단 진용을 밝히지 않다가 막판에 이르러 명단의 동시교환을 고집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북측의 처지에서도 해결이 지체될수록 상황은 자꾸만 불리해질 뿐이다. 핵무기 개발로 인해 국제사회로부터 쏠리는 따가운 눈총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남북대화를 뿌리쳐서는 곤란하다. 대화의 문이 열린 만큼 후속 접촉을 통해 조속히 회담이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작은 것 하나부터 서로 믿음을 쌓아가려는 노력이 그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