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낯설다. 어릴 적 읽었던 ‘톰 소여의 모험’을 쓴 그 마크 트웨인이 맞는가. ‘톰 소여의 모험’은 소년들의 성장담을 재치있게 그리면서 그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들여다 본 작품. 기억에 남는 장면은 톰이 페인트칠을 하던 모습이다. 벌을 받아 담벼락에 페인트칠을 해야 했던 톰은 자신의 ‘일’을 즐거운 ‘놀이’로 친구를 꾀어 손하나 까딱 않고 친구에게 일을 대신 시키는 유머를 선보였다.
그런데 이 소설은 아니다. 작가가 죽기 전 미완성으로 집필했던 마지막 소설의 4가지 버전 중 가장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번역했다는 책은 유머는 커녕 인간에 대한 시선이 극도로 차갑고 가혹하다. 호전적 행위, 위대한 영웅, 불후의 명예까지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을 조롱한다. 이야기는 16세기 오스트리아의 에셀도르프라는 작은 마을에서 시작한다. 어느 날 ‘사탄’이라는 이름의 이방인이 나타나면서 마을에는 끔찍한 일들이 벌어진다. 트웨인은 세상 곳곳의 인간을 신랄하게 비난하기로 작정한 듯 ‘자기한테 죽음이 닥친 줄도 모르고 죽어가는 여인에게 돌을 던지지’ ‘인간의 상상력은 괴물인 줄도 모르고 만들어내’ 등의 문구를 써댄다.
다만 쉽게 읽힌다. 트웨인의 촌철살인식 스토리텔링이 살아있는 덕이다. 그래도 섭섭할 독자를 위해 콩트 3편도 함께 담아 익숙한 트웨인을 만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