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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검찰에 따르면 A 검사는 지난해 8월부터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오인서) 소속 직무대리와 검찰연구관으로 재직하며 ‘태영호 납북 사건’ 등 과거사 사건에 대한 직권 재심 청구 결정을 검토하는 작업을 맡았다. 당시 검사의 직권 재심 청구는 검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정 검사는 지난해 9월 일선 검찰청에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수사로 실체가 왜곡된 과거 시국 사건에 대해 검사는 피해자를 대신해 직접 재심을 청구할 것 △검사는 이같은 사유로 직권으로 청구한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구형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직접 하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A 검사는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시국 사건인 윤길중 재심 사건에서 수사검사를 맡아 ‘유죄의 확신이 없다’며 무죄를 구형하려던 공판검사에게 백지구형을 압박했던 당사자였다.
윤길중 사건은 지난 1961년 5·16군사정변으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 정권이 조작한 대표적인 시국사건이다. 진보당 간사였던 윤씨에게 반공임시특별법 위반 혐의로 징역 15년이 선고됐다가 유족의 청구로 지난 2012년 재심을 거쳐 무죄로 판결났다.
재심이 열리면 공판검사는 수사검사가 요구한 구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심개시 자체를 반대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A 검사는 두 달 뒤인 같은 해 12월 18일 재심 첫 공판 당일에도 임 부부장검사에게 ‘백지구형 검토요청서’를 보냈다. 임 부부장검사는 이번에도 이의제기권을 행사했다. 이에 임 부부장검사 직속상관이던 김국일(49·24기) 당시 공판2부장검사는 다른 검사에게 이 사건을 배당했다. 임 부부장검사는 이에 당일 법정의 검사 출입문을 잠근 뒤 무죄를 구형했다.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A 검사는 23일 본지 전화통화에서 “그 사건에서 무죄가 나지 않을 거라고 본 건 아니었다”라면서 “무죄는 확실시되지만 30~40년 전과 지금(2012년)의 판단을 동일시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법원 판단을 유보한다는 차원에서 백지구형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A 검사는 ‘과거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백지구형을 주문한 본인이 무죄구형 방침을 하달하는 업무를 하는 게 맞느냐’라는 질문에 “사건을 바라보는 게 시기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고 해명했다.
대검 공안부 관계자는 정 검사의 업무 적절성에 대한 질문에 “노 코멘트(no comment)”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