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통상마찰이 확대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글로벌 IT기업들에 대해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협력할 경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번에는 IT기업들을 한 자리에 불러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양국의 힘겨루기가 갈수록 가열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중국 경제를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지난 4~5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해 퀄컴, 마이크로소프트, 노키아 등 IT기업 관계자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이렇게 경고했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보도 내용이다.
이미 미국도 해리스 주한대사를 통해 우리 기업들을 압박하는 중이다. 그는 최근 이틀 간격으로 열린 콘퍼런스에서 “사이버 보안은 동맹국 통신 보호를 위한 핵심”이라면서 화웨이 제품 사용으로 인해 중요 정보들이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LG유플러스를 지칭해 ‘안보 위협’을 거론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미국이 그동안 금기시되던 대만 카드까지 제시해가며 대결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들도 유탄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미·중이 서로 자기편에 서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압박은 직접적이다. 화웨이 거래 중단은 물론 중국에 둔 생산시설의 해외이전 움직임에 대해서도 응징하겠다는 의사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미 사드보복에서 경험했듯이 그 여파는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치게 될 것이다.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편에 설 경우 당장 자동차 관세보복이 이뤄질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방위비 협상 등 안보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리 기업들이 이래저래 난처한 국면에 처해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의 대응 모습은 너무 안이한 것 같다. 청와대에서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이 군사안보 통신망과 분리돼 있어 문제가 없다”는 수준의 논평만 흘러나오고 있다. 기업들도 당장은 화웨이 장비 교체에 소극적인 분위기라 한다. 하지만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에는 더욱 심각한 국면에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단순한 무역마찰이 아니라 국가 장래의 외교정책 노선과도 관련이 깊다는 점에서 원칙적인 대응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