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의 최대 사기꾼이라는 조희팔의 사망 여부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위장 사망’ 의혹이 끊이지 않던 터에 다시 수사에 나선다는 검찰 방침에 따른 당연한 반응이다. 그의 최측근으로 중국에서 검거된 강태용이 조만간 서울로 송환될 예정이어서 이와 관련된 의혹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기기 대여업이라는 사기수법에 속아 넘어가 막대한 투자금을 떼인 2만명 이상 피해자들의 억울함도 부분적으로나마 풀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희팔이 서류상으로는 이미 2011년 12월 사망한 신분이라는 점에서 이를 둘러싼 재수사 움직임은 한 편의 코미디에 가깝다. 죽은 것으로 돼있는 사람이 정말로 죽은 것이냐를 가리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허점이 자주 노출되는 우리 수사당국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사자 주변에서 제시한 일방적 증거에 의해 그의 사망을 인정했던 자체가 너무 성급했다.
조희팔이 중국에 도피해 있던 도중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는 사실부터가 석연치 않다. 병원에 실려가서 작성됐다는 진료기록부는 물론 사망진단서에도 의문점이 한둘이 아니다. 그가 죽고 나서 화장한 사실을 확인해 주는 증빙서류의 날짜도 사망일자보다 무려 8일이나 앞선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그의 사망을 공식화해준 배경이 의아할 따름이다.
그가 실제로는 사망하지 않았다는 반대 증거들도 계속 제시되는 상황이다. 그가 여전히 생존해 있음을 암시하는 측근들의 전화 녹취록이 공개됐는가 하면 중국이나 필리핀, 캄보디아 등에서 그를 목격했다는 제보도 접수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주장들에 대해서도 사실 여부가 명확히 가려져야 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전·현직 검사들의 이름이 녹취록에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속단하기 어렵지만 지금껏 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된 검찰·경찰 인사들이 7명에 이른다는 사실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해 새로 수사하기로 작정했다면 세간에 퍼져 있는 갖가지 의혹들에 대해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죽어 있는 조희팔을 다시 세상에 불러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