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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금융당국이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놓고 카카오뱅크(이하 카뱅)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심사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허술한 잣대로 카카오 봐주기란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앞으로 심사 과정에서 형평성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위 “김범수, 적격성 심사 대상 아니라는 판단”
금융위 관계자는 20일 “카카오가 적격성 심사를 신청하면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면서도 “현 법체계 상 특정인(김범수 의장)이 범법행위를 했다고 해도 법인과 직접 관련이 없고 카카오뱅크 주식을 보유하지 않았다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은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내년 1월 공포 예정인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심사 대상으로 ‘한도초과보유주주’만 해당한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특례법이 발효하면 콜옵션(주식매수 청구권)을 활용해 현재 대주주인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설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인터넷은행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한도초과보유주주 즉 카카오 법인만 적격성 심사 대상이 된다는 논리다. 김 의장은 최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법원에서 1억원의 벌금 약식명령을 받은 상태지만 김 의장이 적격성 심사대상이 아니므로 카카오가 카뱅의 대주주가 되는 데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을 초래한 허술한 특례법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지금은 인터넷은행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업 총수가 법을 어겨도 이를 거를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김 의장과 특수관계인은 카뱅을 운영하는 카카오의 지분 약 30%를 들고 있다. 김 의장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카뱅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기업이 은행이나 보험, 증권사를 소유하려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이나 은행법에 따라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지배구조법을 따르는 보험이나 증권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은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기업 총수)도 포함한다(지배구조법 31조). 과거 제2금융권 회사는 재벌소유가 많았고 이런 기업들이 총수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구조였기 때문에 전횡을 막으려 견제장치를 둔 것이다.
증권보다 헐거운 심사‥추후 형평성 논란 일수도
당장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인수는 지배구조법에 의해 제동 걸릴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페이에 사실상 영향을 미치는 김 의장도 심사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카카오가 인터넷은행의 최대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김 의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는 영향을 주지 않는데 은행이 증권사보다 허술한 심사를 받는 일종의 ‘규제 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이 금융위 관계자는 “국회 등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관련법을 개정한다면 (금융위) 등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김 의장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제외되면 앞으로 심사 과정에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카카오는 김 의장 건 이외에도 지난 9월 합병한 카카오M(옛 로엔엔터테인먼트)이 지난 2016년 공정거래법 위반(온라인 음원 가격 담합)으로 1억원의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 다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 대주주인 KT 역시 과거 지하철 아이티시스템 입찰 담합으로 7000만원의 벌금을 받은 터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의 최대주주인 김 의장은 적격성 심사에서 빠지고 법인인 KT만 심사를 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중은행은 주식이 골고루 분산돼 지배주주의 개념이 없어 인터넷은행과는 다른 환경”이라며 “김범수 의장 측의 지분을 고려할 때 카카오법인만 적격성 심사를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