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임금 역전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일본의 경우 버블 경제 붕괴 후 시작된 경기 침체가 2000년대에도 장기간 지속된 점을 꼽을 수 있다. 기업 활력이 떨어지고 수익력이 약화된 탓에 임금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같은 기간 반도체, 자동차 등 수출 주력업종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기업 위상이 높아지고 역동성 또한 강화된 한국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일본 기업이 슬럼프에 빠진 동안 진격을 거듭한 한국 기업의 임금이 오른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일본보다 높으니 실질 임금을 따진다면 한일 격차가 더 벌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보고서는 특히 대기업 임금(588만 4000원)에서 한국이 일본(443만 4000원)을 크게 앞질렀음을 주목하고 있다. 중소기업에서는 대등한 수준인 양국 임금이 대기업에서만 유독 큰 폭으로 벌어진 것이다. 부활을 노리는 일본 기업들의 반격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대기업 편중의 임금 구조는 우리 산업계 전반의 협력에 마이너스가 될 공산이 크다. 청년 일자리 확대와 임금 양극화 해소에 박차를 가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