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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가 최근 이데일리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은메달, 2020 도쿄올림픽 동메달,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까지 올림픽에서 3개 대회 연속 메달을 획득한 골프 선수는 리디아 고가 처음이다. 그는 “세계랭킹 1위인 상태에서 참가했던 리우올림픽은 부담감이 컸다”면서도 “하지만 리우에서 메달을 딴 뒤로는 편안한 마음에 올림픽 무대에 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최연소’ 기록 갈아치운 10대…좌절 겪고 성장했죠
리디아 고는 10대 시절 각종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우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위키백과의 리디아 고 페이지를 보면 ‘최연소’라는 단어가 54회나 나올 정도다. 뉴질랜드 정부로부터 최연소로 최고 시민 훈장을 받으면서 최연소 기록을 하나 더 추가했다.
그의 골프 인생에 영광만 있는 건 아니었다. 2016년까지 LPGA 투어 14승을 쓸어담은 그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2승에 그치는 극악의 슬럼프를 겪었다. ‘천재 소녀’에게 닥친 첫 시련이었다. 남편 정준 씨를 만난 뒤 2022년 3승을 거두며 부활했지만 2023년엔 다시 우승이 없었고 ‘톱10’ 입상은 2번 뿐이었다. 상금랭킹 90위, 한 시즌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하는 CME 포인트는 100위에 그쳤다.
그러나 좌절을 겪으며 그는 더 성장했다. 리디아 고는 “‘천재 소녀’라고 불렸던 10대 시절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며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더 많은 걸 인정하고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전에는 골프를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가족들과 골프를 즐길 수 있다”며 웃었다.
리디아 고는 지난달 뉴질랜드에서 남편과 언니 고슬아 씨, 형부와 함께 라운드를 즐기는 모습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그는 “남편과는 골프를 통해 만났고, 지금도 골프를 같이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면서 “가족의 열렬한 응원을 받다 보니 이제는 골프가 나 혼자하는 운동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어·한국 문화는 제 ‘헤리티지’…잊지 않을 것
리디아 고는 6세 때 뉴질랜드로 건너가 국적을 취득해 20년이 넘게 한국과 떨어져 있지만, 한국말을 꽤 잘한다. 문장을 한국인처럼 구사하고 발음도 좋은 편이다. 리디아 고는 “한국 드라마를 보는 걸 좋아하다보니 저절로 공부가 되는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어 “나이가 들어 어른들과 대화 기회가 많아져 한국말이 더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는 “지금은 뉴질랜드 국적이지만 한국에서 태어난 게 자랑스럽기 때문에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면서 “나의 ‘혈통’을 잃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리디아 고는 더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그는 “골프 선수로 살아와 골프만 알지, 다른 건 잘 모른다”면서 “견문을 넓혀 많이 배우고 더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가 2015년부터 뉴질랜드골프협회와 협력해 장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더 큰 사람이 되기 위해서다. 그는 매년 뉴질랜드의 유망주들을 장학생으로 선정하고, 장학생들을 올랜도 캠프로 초대해 함께 훈련한다. 리디아 고는 “작년에도 뉴질랜드에서 3명의 선수를 만나 시간을 보냈다”며 “이런 기회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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