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 “‘천재소녀’로 불린 10대 시절보다 지금이 더 행복”[인터뷰]

여자골프 세계랭킹 2위 리디아 고 인터뷰
파리올림픽 金·메이저 제패 등으로 화려하게 ‘부활‘
최연소 기록 54번이나 세운 원조 ‘천재 소녀’
“슬럼프 겪으며 포용력 넓어져…골프는 감사한 운동”
“5대 메이저 석권 커리어 그랜드슬램 도전할 것”
  • 등록 2025-02-09 오후 4:20:46

    수정 2025-02-09 오후 10:03:21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천재 소녀’ 늘 리디아 고(28·하나금융그룹)를 따라다닌 수식어다. 1997년 서울에서 태어나 6세 때 뉴질랜드로 건너간 리디아 고는 2012년 호주여자프로골프(ALPGA) 투어 NSW오픈에서 최연소 우승(14세)을 차지해 ‘천재 소녀’의 서막을 열었다. 2014년 만 16세의 나이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했고 최연소 우승, 최연소 세계랭킹 1위, 최연소 명예의 전당 가입 등 역사적인 기록을 써내려갔다. 지난해에는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AIG 여자오픈을 제패했다.

드라이버 티샷을 하는 리디아 고(사진=AP/뉴시스)
“2023년에 부진했고 2024년도 파리올림픽 직전인 7월까지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 불안했어요. 하지만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톱10에 오르면서 자신감을 회복했고, 올림픽에서 금메달까지 땄어요. 2주 후엔 AIG 여자오픈에서도 우승하면서 꿈같은 8월을 보냈죠.”

리디아 고가 최근 이데일리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은메달, 2020 도쿄올림픽 동메달,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까지 올림픽에서 3개 대회 연속 메달을 획득한 골프 선수는 리디아 고가 처음이다. 그는 “세계랭킹 1위인 상태에서 참가했던 리우올림픽은 부담감이 컸다”면서도 “하지만 리우에서 메달을 딴 뒤로는 편안한 마음에 올림픽 무대에 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최연소’ 기록 갈아치운 10대…좌절 겪고 성장했죠

리디아 고는 10대 시절 각종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우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위키백과의 리디아 고 페이지를 보면 ‘최연소’라는 단어가 54회나 나올 정도다. 뉴질랜드 정부로부터 최연소로 최고 시민 훈장을 받으면서 최연소 기록을 하나 더 추가했다.

그의 골프 인생에 영광만 있는 건 아니었다. 2016년까지 LPGA 투어 14승을 쓸어담은 그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2승에 그치는 극악의 슬럼프를 겪었다. ‘천재 소녀’에게 닥친 첫 시련이었다. 남편 정준 씨를 만난 뒤 2022년 3승을 거두며 부활했지만 2023년엔 다시 우승이 없었고 ‘톱10’ 입상은 2번 뿐이었다. 상금랭킹 90위, 한 시즌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하는 CME 포인트는 100위에 그쳤다.

리디아 고는 “어릴 때부터 천재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오히려 정상급 선수들과 비교하면 기복이 심한 편이다. 골프가 풀리지 않던 시기에는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고, 우승은커녕 톱10 진입도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좌절을 겪으며 그는 더 성장했다. 리디아 고는 “‘천재 소녀’라고 불렸던 10대 시절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며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더 많은 걸 인정하고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전에는 골프를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가족들과 골프를 즐길 수 있다”며 웃었다.

리디아 고는 지난달 뉴질랜드에서 남편과 언니 고슬아 씨, 형부와 함께 라운드를 즐기는 모습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그는 “남편과는 골프를 통해 만났고, 지금도 골프를 같이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면서 “가족의 열렬한 응원을 받다 보니 이제는 골프가 나 혼자하는 운동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어·한국 문화는 제 ‘헤리티지’…잊지 않을 것

리디아 고는 6세 때 뉴질랜드로 건너가 국적을 취득해 20년이 넘게 한국과 떨어져 있지만, 한국말을 꽤 잘한다. 문장을 한국인처럼 구사하고 발음도 좋은 편이다. 리디아 고는 “한국 드라마를 보는 걸 좋아하다보니 저절로 공부가 되는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어 “나이가 들어 어른들과 대화 기회가 많아져 한국말이 더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는 “지금은 뉴질랜드 국적이지만 한국에서 태어난 게 자랑스럽기 때문에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면서 “나의 ‘혈통’을 잃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골프 선수로서 정상에 선 리디아 고가 딱 하나 이루지 못한 게 있다. 바로 5대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다. 리디아 고는 현재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과 셰브론 챔피언십, AIG 여자오픈 등 3개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처음에는 각기 다른 5개 메이저 우승을 하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삼았던 목표”라며 “반드시 해내고 싶다”고 밝혔다.

리디아 고는 더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그는 “골프 선수로 살아와 골프만 알지, 다른 건 잘 모른다”면서 “견문을 넓혀 많이 배우고 더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가 2015년부터 뉴질랜드골프협회와 협력해 장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더 큰 사람이 되기 위해서다. 그는 매년 뉴질랜드의 유망주들을 장학생으로 선정하고, 장학생들을 올랜도 캠프로 초대해 함께 훈련한다. 리디아 고는 “작년에도 뉴질랜드에서 3명의 선수를 만나 시간을 보냈다”며 “이런 기회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파리올림픽 금메달을 땄을 때의 리디아 고(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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