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칼럼] 골목길의 ‘깨진 유리창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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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3-07-24 오전 7:01:00

    수정 2013-07-24 오전 7:28:37

[염철현 고려사이버대 평생교육학과 교수] 스탠포드 대학교 심리학과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인간 행동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를 했다. 슬럼가의 한 골
목에 차량 한 대는 보닛만 열어두었고, 다른 한 대는 보닛을 열어두고 차량 유리창을 일부 훼손한 상태로 주차하고 일주일 후에 차량 상태를 관찰했다. 보닛만 열어둔 차량은 특별한 변화가 없었지만, 보닛을 열어두고 유리창 일부가 훼손된 차량은 차량의 주요 부품이 도난당한 것은 물론, 낙서와 쓰레기로 폐차직전이 되었다. 사실 두 차량의 차이라고는 유리창의 훼손뿐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범죄학 이론이 바로 ‘깨진 유리창의 법칙(Broken Window Theory)’이다. 이 이론은 조그만 차이가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교훈을 시사하는 것으로 일상에서 흔하게 적용된다.

1994년 뉴욕시장으로 취임한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도 이 원리를 효과적으로 적용하여 범죄예방에 효과를 봤다. 뉴욕은 마천루가 즐비하고 화려한 세계적 대도시이지만 지하철을 타기 위해 지하로 내려가면 지상과는 별개의 세계임을 알 수 있다.줄리아니가 시장으로 재임할 때만해도 이 지하세계에는 온갖 범죄가 횡행하고 쓰레기가 뒤범벅이고 벽에는 낙서로 얼룩져 있었다. 깨진 유리창 이론에 따르면 이런 경범죄에 해당하는 쓰레기 무단 투척이나 노상음주, 낙서, 무임승차 등 기초질서 위반자가 나중에는 중범죄를 저지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줄리아니 시장은 뉴욕경찰국과 협력하여 기초질서위반자에 집중적으로 단속을 실시하고 관행 이상의 과중한 벌금을 부과했다. 물론 시행 초기에는 시민들의 불만이 높았지만 시장 임기가 만료될 쯤에 뉴욕의 범죄는 눈에 보이게 낮아졌다고 한다. 이론이 이론으로 머물지 않고 일상에 적용돼 효과를 본 사례이다.

필자는 최근 일반주택이 밀집한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새 거주지는 공기도 좋고 조용해서 좋은 데 대문 밖 공터에 버려지는 쓰레기 때문에 골칫거리였다. 며칠을 관찰해보니 음식물을 분리수거하기 위해 비치된 수거통에는 물과 음식물이 뒤섞여 악취가 진동하고 옆에는 종량제봉투에 담겨지지 않은 온갖 쓰레기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여름철에 파리, 모기 등 벌레들이 서식하기에 좋은 서식처를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필자는 주민센터에서 구입한 쓰레기 버리는 방법을 안내하는 표지판을 눈에 잘 띄는 벽에 붙여 안내하기로 했다. 그러나 필자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안내판과 관계없이 규격 봉투에 분리처리를 하지 않은 채 몰래 버리는 쓰레기는 날마다 쌓아져 갔고 청소부는 규칙을 지키지 않은 쓰레기는 수거하지 않았다.

심지어 몇 집 떨어진 이웃집에서는 자신의 대문 앞 쓰레기를 모아 버리기까지 했다. 필자는 답답한 사람이 우물 파는 심정으로 악취가 진동하는 음식물수거통을 비우고 청소를 했다. 그리고 그곳에 “악취가 심합니다. 반드시 분리수거를 해주시길 부탁합니다”라는 안내문을 다시 써 붙였다.

골목길의 조그만 공터가 쓰레기로 신음하고 있다. 비단 필자가 사는 골목길만이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공지(空地)는 자신의 공간이 아니고,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비뚤어진 공유개념에서 비롯된 것이며 공공정신과 시민의식이 사라진 결과이다.

‘나 하나쯤이야’가 집단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골목길을 혐오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대개 님비(NIMBY) 현상이라고 하면 자기가 사는 주거지역에 장례식장, 화장장, 산업폐기물·쓰레기 처리장 등 이른 바 혐오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현대인의 자기중심적인 공공성 결핍증상을 말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필자가 사는 작은 골목길은 거주민 스스로가 혐오시설을 만들어가고 있다. 참 씁쓸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혼자의 노력만으론 어떻게 해 볼 재간이 없지만 매일 마주치는 골목길이 깨진 유리창이 되도록 놔둘 순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작은 골목길은 공공의식의 실험무대이다. 작은 골목에서의 질서가 큰 길에서의 공공성과 시민의식의 회복으로 이어지는 길목이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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