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기획]②남의 사람을 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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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사업·기술 익히는 지름길 '경쟁사 인력' 영입
전직금지조항으로 경쟁사 이동 막지만, 현실은 역부족
  • 등록 2012-05-29 오전 7:33:00

    수정 2012-05-29 오후 12:26:52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가구·인테리어 전문 중견기업인 한샘은 지난 3월 LG그룹 계열사인 LG하우시스에 경고문을 보냈다. "도를 넘은 직원 빼 가기를 그만하라"는 공식 항의였다.

한샘 측의 주장에 따르면 영업이나 기획업무를 맡은 직원들이 대거 LG하우시스로 이동했다. 지난해부터 15명의 한샘 직원이 퇴사했고, 그 중 상당수가 LG하우시스로 이직한 것으로 한샘은 파악하고 있다. LG하우시스는 한 해 150명가량을 뽑는데 3% 이상을 한샘 인력으로 채운 셈이다.

그간 LG하우시스는 건자재와 인테리어 제품을 만들어 팔았고, 시공은 자회사를 통했다. 하지만 LG하우시스가 올해부터 전시장형 매장을 열고 소지바와 직접 접촉하는 사업을 추진중이다. 40여년간 소비자와 상대하며 시공 서비스를 제공해온 부엌가구업체 한샘의 인력이 탐이 났다.

LG하우시스 측은 "개인의 선택이고 대리, 사원급 인력에 불과하다"며 "경력직으로 공개모집했고, 그 중 일부 한샘 인력이 뽑힌 것 뿐"이라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LG하우시스 같은 대기업 계열사가 높은 임금과 복리후생을 앞세워 인력을 빼 가면 버틸 재간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기업에 새로운 사업 영역에 진출하기 위한 가장 빠르고 편한 방법은 경쟁사에서 그 인력을 빼 오는 방법이다. 경쟁사 전직금지 등의 조항이 있지만, 이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다.

지난달 초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를 두고 LG디스플레이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의 기술을 조직적으로 빼 가려 했다는 혐의가 불거진 것도 인력 유출에서 비롯됐다.

SMD의 전 수석연구원인 조모(46)씨와 그가 이끌던 팀원 5명이 한꺼번에 LG로 이직을 추진하다 경찰에 발목이 잡혔다. 이 팀은 SMD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AMOLED 증착 공정 기술을 주도했던 전문가들이다.

LG는 "삼성과 우리의 기술 방식이 다르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삼성 입장에서는 개발팀이 통째로 경쟁사로 넘어갈 뻔한 사건이었다.

후발 주자인 중국 업체들도 호시탐탐 국내 인재를 노린다. 중국 기업 중에서는 한국 주요 기업의 인력을 빼 오기 위한 전담반을 설치한 곳도 있다. 중국 기업들은 이 문제를 조직적으로 접근한다. 첨단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인력을 빼오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점을 중국 업체는 누구보다 잘 안다.

인력이 유출되더라도 최소한 경쟁사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기업들은 근로계약서 상에 전직금지조항을 넣는다.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일정 기간 경쟁사로 옮길 수 없도록 하는 제한하는 장치다.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지만, 돈과 시간을 들여 키워놓은 인재가 경쟁사로 옮기면 회사는 실질적인 손해를 입게 되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전직금지조항의 효력을 부분적으로만 인정한다. 보호해야할 기업의 구체적인 이익이 있느냐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규 사업을 추진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그 분야에서 노하우를 쌓은 외부 인력의 확보"라면서 "내부 인력으로 시도해 볼 수 있지만, 그만큼 초기 기회비용이 든다는 점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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