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그만두는 게 답”…퇴직하는 저연차 공무원 ‘급증’

재직 1년 미만 공무원 퇴직, 2년 만에 두배로 껑충
최저임금 수준 임금에 딱딱한 조직문화, 악성 민원까지
공무원 시험 인기도 시들…정부, 공직 홍보까지 나서
  • 등록 2023-09-16 오전 8:30:00

    수정 2023-09-16 오전 8:30:00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퇴직하는 저연차 공무원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임금과 경직된 조직문화, 악성 민원 등이 겹치며 공직을 포기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무원 시험에 대한 인기도 시들해지면서, 정부는 13년 만에 찾아가는 공직 박람회까지 개최할 예정이다.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 필기시험이 치러진 지난 4월 8일 서울 서초구의 한 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5일 인사혁신처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재직기간이 1년 미만인 공무원 중 퇴직한 사람은 3123명으로 나타났다. 2년 전인 2020년(1610명)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재직기간 3년 미만 공무원 중 퇴직자는 8492명에 달한다. 저연차 공무원이 2년 전인 2020년(5938명)에 비해 2500여 명이 더 퇴직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저연차 공무원들이 대규모로 퇴직하는 대표적인 이유에는 저임금이 꼽힌다.

올해 9급 1호봉 공무원의 봉급액은 전년 대비 8만4300원 인상된 177만800원이다. 봉급액만 놓고 보면 월급 기준 최저임금(201만580원)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다만 9급 초임 공무원이 공통으로 받는 보수 중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받는 정액급식비와 직급보조비를 포함하면 월 206만5690원으로 간신히 최저임금을 넘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한 2년 차 국가직 공무원은 “수당을 받는다고 해도 건강보험, 기여금, 소득세 등이 빠지고, 월세와 공과금 등까지 부담하면 사실상 매월 100만원 남짓한 수준만 남는다”며 “여기에 경조사비 등까지 겹치면 한 달을 생활하기 빠듯하다”고 전했다.

다만 저연차 공무원의 퇴사 사유가 오로지 낮은 임금에만 있는 건 아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발간한 ‘90년생 공무원이 왔다’라는 책에 따르면, 1980~2000년대 출생 공무원 1810명 가운데 ‘이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1061명으로 58.6%였다. 이직 고민 이유로는 ‘조직문화에 대한 회의감(31.7%)’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일하는 방식에 대한 회의감이 31.0%로 뒤를 이었다.

악성민원도 저연차 공무원의 주요 퇴직 이유다. 최근 한 세무공무원은 악성민원을 응대하다 쓰러져 숨지기도 했다. 고용노동부는 특별민원 직원보호반을 운영하고, 국세청은 세무서 민원봉사실에 CCTV를 추가로 설치하는 등 일부 정부 부처에서는 악성민원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에서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런 이유로 공무원 시험의 인기도 과거 어느 때 보다 시들하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 평균 경쟁률은 22.8 대 1로, 2019년 39.2 대 1과 비교하면 대폭 낮아졌다. 7급 공무원 공채 시험의 경쟁률도 하락 추세인 건 마찬가지다.

한편 공무원 채용을 담당하는 인사혁신처는 꺼져가는 공무원에 대한 인기의 불씨를 살려보고자 13년 만에 ‘찾아가는 공직 박람회’를 연다. 선배 공무원들이 전국 14개 대학과 14개 고등학교를 차례로 방문해 공직 채용정보를 알릴 예정이다. 별도 박람회 부대행사까지 합쳐 총 35회의 행사를 마련했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은 “낮은 연차 공무원 위주의 교육 프로그램 강화와 보수 인상을 추진 중”이라며 “공직에도 MZ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수평적 문화와 성과 중심의 공정한 평가 보상 체계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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