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런다작' 하정우 선생에게 '더 테러'는 "벌레 먹은 生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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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3-08-14 오전 10:00:28

    수정 2013-08-14 오전 10:07:27

‘더 테러 라이브’의 하정우.(사진=판타지오)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더 테러 라이브’는 생화 같은 영화다.”

배우 하정우는 ‘언어의 마술사’ 같았다. 혹은 ‘사기꾼’ 같기도 했다. 영화 ‘군도’ 촬영으로 머리를 민 비주얼 때문인진 몰라도 약간은 험상 궂은 인상을 하고선 미사여구를 곁들인 부드러운 말들을 쏟아냈다. “원래 그렇게 말을 잘 하나요?”라고 감탄하니, 경직된 얼굴 근육이 말을 안 듣는 모양이었다. 결국 웃음을 숨기지 못한 하정우는 “아, 뭐 그런 칭찬을 또!”라며 머쓱해했다.

하정우는 살아있는 꽃과 만들어진 꽃 즉, 생화와 조화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영화 ‘더 테러 라이브’(감독 김병우·제작 씨네2000)를 설명했다. ‘더 테러 라이브’를 본 400만이 넘는 관객들이 “한 목소리로 하정우의 연기를 칭찬한다”고 말하자 영화 자체의 매력을 어필하기 시작했다.

“감독이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자기가 보고 재미있을 만한 영화면 관객은 얼마나 더 즐거워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더 테러 라이브’는 처음부터 그만의 향기를 갖고 출발한 영화다. 사람들은 조화를 보고 ‘예쁘다’고만 하지 생화를 볼 때의 감탄은 안 하지 않나. 생화는 비록 벌레를 먹어 잎이 뜯어져 있고, 벌이 꼬여 무서워 보여도 그만의 색과 향을 가진 생명체다. ‘더 테러 라이브’는 나에게 생화 같은 작품이다.”

‘더 테러 라이브’ 포스터.
‘더 테러 라이브’는 첫 상업영화를 만든 김병우 감독이나 97분의 러닝타임을 나홀로 이끌어가다시피 한 하정우나 그걸 보는 관객이나 모두에게 신선한 인상을 안기고 있다. 간판 뉴스 앵커에서 라디오 DJ로 밀려난 윤영화(하정우 분)의 이야기로 신원 미상의 남자로부터 마포대교 폭발 협박 전화를 받으면서 내용이 전개된다. 테러범과의 실시간 전화 연결로 ‘단독’을 노리는 앵커 윤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가족도, 명예도, 부도 잃어가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400만 관객을 돌파한 흥행 열풍이라면 ‘재관람 관객’의 힘도 컸을 법하다. 하정우 팬이라면 더더욱 보고 또 봤을 영화다. ‘더 테러 라이브’를 또 보는 관객들에겐 어떤 관전 포인트를 알려주고 싶은지도 궁금해졌다. 기자 역시 ‘더 테러 라이브’를 세 번 보며 그 부분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도 ‘더 테러 라이브’를 2,3번 더 봤다. 보면 볼 수록 한 발짝 떨어져서 관찰하게 되더라. 영화는 사람이랑 똑같다. 완벽한 사람이 없듯 영화도 없다. 누가 보면 완벽이라 하지만 누가 보면 엉망일 수 있다. 누구는 배경음악이 최고라 하고 누구는 듣기 싫다 한다. 그만큼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느낌이 다르고 새로운 걸 알게 되는 게 영화고 사람이다. 나도 수백번, 수십번 ‘러브어페어’, ‘대부’, ‘노팅힐’ 이런 영화를 보며 다 다른 느낌을 받았고 더 친해진 것 같았다. ‘더 테러 라이브’도 마찬가지의 기분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 딱히 이런 걸 보라고 강요하기 보단 ‘아 이런 장면도 있었네’, ‘저런 느낌도 받을 수 있겠구나’, 이렇게 열린 마음으로 친해진다는 느낌을 가지면 되지 않을까.”

하정우의 설명은 설득력이 있었다. ‘더 테러 라이브’의 결말을 두고 혹은 내용 간 개연성을 두고 “이해가 안 간다”, “말이 안 된다”라며 ‘불호’의 의견을 주는 사람들 역시 ‘더 테러 라이브’의 소중한 관객임은 분명하다.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어느 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 야외 테라스에서 땅이 가장 뜨겁다는 오후 2시, 땀을 뻘뻘 흘리며 소신을 어필하는 하정우의 모습에서도 진정성이 엿보였다.

“사실 연기를 잘 했다고 말씀해주시는 건 다 저를 좋아해주는 팬 분들이 응원을 보내주는 거라 생각한다. 참 고맙다. 배우로서 연기력은 잃어버릴 수도 있는 거라 사실 난 늘 무섭다.”

‘더 테러 라이브’ 스틸.
‘더 테러 라이브’ 화면의 95%를 차지하는 하정우.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은 물론이고 그 스스로 뉴스룸에 갇혀 눈빛으로 손끝으로 볼펜 끝으로 귓볼로 연기하는 모습은 ‘믿고 보는’ 하정우의 진가를 드러낸 장면들이었다. 긍정적인 반응과 달리 본인은 엄청난 고뇌와 불안감에 사로잡혀있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일터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 당연히 한다. 그럴 때가 있다. 단순히 나에게 역할이 들어올까, 내가 언제까지 배우로 일을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보다 내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다음 작품에서 뭔가를 잘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 싸움이 치열하다. 연기력은 진화를 후퇴를 하든 내 마음대로 컨트롤이 안 되는 자연현상인 것 같다. 드라마처럼 다음 회, 또 그 다음 회에서 점차적으로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지 않나. 영화는 다시 ‘0’부터 시작하는 느낌이다. 물론 ‘먹방’처럼 내공이 쌓이는 문제는 별개지만, 하하.”

17년 배우 인생, 그에게 ‘호’를 붙인다면 ‘롱런 다작’이 아닐까 싶지만 하정우의 내적 갈등은 늘 신인의 자세 그대로였다. 이 같은 하정우의 마인드는 후배들은 물론 현재 ‘동거인’인 남자 조카와 남동생에게도 귀감이 되는 분위기다. 조카는 대학로에서 연극배우로 활동 중이고 남동생은 영화 ‘퍼펙트 게임’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차현우다.

“특히 연극을 하면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다. 재닝이 있어도 그걸 쓰는 과정이 생각보다 힘들다. 캄캄하고, 고단하고, 내일이 없는 시간을 보낸다. 그걸 버티는 게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은 대중, 더 큰 무대에서 진가를 발휘해야 하는 법인데 그렇게 인정을 받기까지가 얼마나 힘들겠나. 그래도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라면 버텨내겠지.”

하정우.(사진=판타지오)
30대 중턱에 놓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렇게 성숙한 사고를 가질 수 있는 걸까. 말하는 내내 하정우는 흥행의 성공과 실패, 인생의 오르막과 내리막에 초탈한 사람처럼 보였다. “언제부터 이렇게 성숙했나”고 묻자 “아, 죽어라 노력하는 거다”며 웃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성격적인 결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하. 도를 닦는 마음으로 착하고 성실하고 반듯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거지. 이렇게 말을 함으로써 내가 내 자신을 단련시킨다고 해야 하나? ‘한 말이 있으니 행동으로 책임을 져야지’라는 식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또 한 마디 한다면 ‘더 테러 라이브’, 보고 또 봐도 후회 없을 영화다. 어서 극장으로!(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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