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보조금은 세계 경제질서가 보호무역으로 확실하게 기울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미국은 한때 자유무역의 기수를 자처했다. 그러나 중국의 도전을 물리치기 위해 전략을 180도 바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고율관세 장벽을 쌓았고, 거추장스러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탈퇴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후임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토대로 자국 산업 육성에 전력을 쏟고 있다.
장하준 영국 런던대 교수는 ‘사다리 걷어차기’에서 “현 선진국들은 거의 모두 유치산업 보호를 위해 개입주의적 산업·무역·기술 정책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자유무역은 절대선이 아니며, 국익에 따라 정책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인텔은 반도체 파운드리 강자로 도약을 꿈꾼다. 이 분야 1위 TSMC는 물론 2위 삼성전자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 전략산업을 기업에만 맡기던 시대는 지났다. 인텔을 보라. 심지어 미국은 삼성전자에도 보조금을 준다. 대기업 특혜 운운할 때가 아니다. 우리만 철 지난 자유무역 논리에 갇혀 제 발목을 잡고 있는 건 아닌지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