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에 실망”이라는 개미, ‘어닝 쇼크株’는 담았다

올 3분기 실적 발표 시즌, 개인 순매수 1위 ‘삼성전자’
현대차·LG이노텍 등 시장 기대치 밑돈 실적에도 순매수
주가 저평가 판단…증권가 “삼전·현대차, 지나친 저평가”
외국인은 SK하이닉스·현대모비스 등 실적개선株 사들여
  • 등록 2024-11-12 오전 5:15:00

    수정 2024-11-12 오전 5:24:44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시장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실적 거둔 이른바 ‘어닝쇼크’ 종목을 집중해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한국 증시를 떠나 미국으로 향하는 개인투자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에는 저가 매수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개인 순매수 상위 10종목 대다수가 ‘기대 이하 실적’

11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개인은 각 기업의 3분기 실적이 본격적으로 발표됐던 지난 3주간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005930) 주식을 가장 많이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이 이 기간 사들인 주식만 2조 7008억원치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지난 8일 3분기 잠정 실적 발표에서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고 밝힌 이후에도 개인은 꾸준히 삼성전자 주식을 담았다는 의미다.

이 기간 삼성전자 외에도 현대차(005380)(3위·3904억원)와 삼성전자우(005935)(4위·1318억원), LG이노텍(011070)(10위·760억원) 등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한 종목이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올랐다. 현대차는 3분기 영업이익이 증권가 컨센서스보다 7.47% 적었고, LG이노텍은 컨센서스 대비 49.38%나 적은 영업익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개인들이 실적 부진에 대형주 주가가 하락하자 저가 매수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반등에 나서리라는 기대가 작용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3주 동안 6.78% 하락했고, 같은 기간 현대차와 LG이노텍의 주가 역시 10.97%, 16.32% 떨어졌다. 이날 종가 기준 삼성전자와 LG이노텍의 주가는 각각 5만 5000원과 16만 6700원로 52주 최저가 수준까지 하락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현재 주가는 역대급 저평가 구간으로 판단한다”며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실 수주 이벤트가 발생하고 전 분기 대비 증익 전환 가시성이 확보된다면 폭발적인 주가 상승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에 대해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4배 수준으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8.6배 대비 50% 이상 밸류에이션 할인을 받고 있다”며 “안정적인 실적 달성과 모범적인 밸류업 정책 실행에 걸맞지 않은 지나친 저평가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개인은 이 밖에 실적이 부진했던 2차전지 관련 종목인 삼성SDI(006400)(2위·4220억원), LG화학(051910)(6위·1088억원) 등도 함께 담았다. 삼성SDI 역시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이 약 14배로, LG에너지솔루션의 82배 대비 과도하게 저평가된 데다 외국인 지분율도 2017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업황 반등 시 외국인 수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대 이상 실적’ 현대로템도 순매수…“저평가 해소 기대”

이번 실적 시즌 개인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서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거둔 종목은 현대로템(064350)(8위·814억원)이 유일했다. 현대로템은 올 3분기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4.26% 증가한 137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증권가 컨센서스를 20.58% 웃도는 규모다. 다만, 현대로템의 주가는 이 기간 3.35% 하락했다.

실적 호조를 기록하고도 하락세를 나타내는 현대로템 역시 주가가 저평가 받는 요인이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모이는 종목으로 꼽힌다. 이지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폴란드에서 루마니아로 이어지는 방산 수주 모멘텀과 흑자로 전환된 철도사업으로 본격적인 디스카운트 해소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에 편입된 점도 주가 전망엔 호재로 평가된다.

한편, 외국인은 같은 기간 실적이 개선된 종목을 주로 사들였다. 지난 3주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SK하이닉스(000660)(7241억원)였으며, 현대모비스(012330)와 삼성중공업(010140), HD현대일렉트릭(267260). 두산에너빌리티(034020)가 그 뒤를 이었다. 이 중 두산에너빌리티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들은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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