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원화 스테이블코인 우려 표명…"정부와 긴밀히 논의"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해 자본규제 회피 등의 제도적인 측면과 기술적인 부분에서 우려되는 점이 있다고 밝혔다.

1일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연례 포럼에서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정책 토론을 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날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연례 포럼의 정책 세션에 패널(토론자)로 참석해 “한국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민간이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요청이 많다”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규제 환경 등을 고려하면 비은행 기관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의 시급성을 묻는 질문에 “규제되지 않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의 환전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자본유출 및 자본규제 회피 가능성이 있다”며 “블록체인 기술로 고객확인(KYC)과 이상거래 탐지가 완벽하게 가능할 지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비트코인과는 달리 화폐처럼 기능하려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중요한 점은 바로 ‘신뢰성’이다. 그 가치가 명목상 유지될 수 있느냐, 교환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우리는 지금 화폐, 지급 수단, 지급 인프라 개념을 혼용하는 혼란에 빠져 있다”며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이 경계가 흐려졌지만 화폐는 공공재이며, 중앙은행은 그 공공재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역설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만약 이 경계가 무너진다면 우리는 통화정책 집행 능력을 잃게 되고, 국가의 통화 주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내로우뱅킹(대출 없이 지급기능만 수행하는 은행)을 허용할 지를 포함해 다양한 규제 이슈에 대해 “정부 부처와 긴밀히 논의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한은은 ‘필요하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발행을 한다면 규제와 감독이 가능한 은행권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해 사용성과 안정성 등을 검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포럼에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비롯해 라가르드 총재, 베일리 총재, 이창용 총재,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