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피터 하윗' “韓혁신 지속하려면 반독점 정책 강화해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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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기자회견서 본지 질문에 답해
“경쟁 치열할수록 기업 더 많이 혁신”… 슘페터 이론 재해석
“고령화는 혁신에 불리…국경 넘어 아이디어 열려 있어야”
“무역은 기술 이전의 통로…새 파트너 찾아야 성장 지속”
  • 등록 2025-10-14 오전 3:21:35

    수정 2025-10-14 오후 7:02:17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한국이 혁신의 역동성을 유지하려면 강력한 반독점 정책이 필요합니다.”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교수는 13일(현지시간)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 브라운대에서 열린 노벨경제학상 수상 기념 화상 기자회견에서 본지의 ‘제조업 기반과 대기업 중심의 구조를 통해 성장한 한국이 신생 혁신이 이뤄지기 위한 방안’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하윗 교수는 “기존 대기업이 신생 혁신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것을 막는 일은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과제”라며 “그렇기 때문에 경쟁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대 추구(rent-seeking)’로 혁신을 방해하는 기업들의 독과점 구조를 방치하기보다는 경쟁을 보다 활성화하면서 혁신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평평한 운동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2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교수가 13일(현지시간) 브라운대에서 마련한 수상 기념 화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국, 성공 이후에도 경쟁 환경 지켜야 지속 성장 가능”

그는 “미국은 최근 여러 산업에서 규제되지 않은 독점 권력이 확대되면서 혁신과 경제 성장을 억누르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며 “한국은 이런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윗 교수는 경제학자 요제프 슘페터가 제시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개념을 언급하며 “슘페터는 과거 독점적 지위와 높은 이윤이 혁신의 유인이 된다고 봤지만, 우리의 연구에서는 오히려 경쟁이 치열할수록 기존 기업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더 많이 혁신하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자 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에게 정책 제안을 해달라고 질의하자 “기업들이 경쟁을 회피하기보다 혁신을 통해 경쟁에서 앞서 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처럼 이미 큰 성공을 이룬 경제일수록 경쟁 환경을 유지하고 기존 산업의 독점화를 막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 등 경쟁당국의 경쟁활성화 정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 수석은 2003년 브라운대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았는데, 그곳에서 논문을 지도해 준 사람이 바로 하윗 교수다. 하 수석은 전날 스승의 노벨경제학상 수상과 관련해 연합뉴스에 “하윗 교수의 성장 이론은 지금도 상당히 유효하다”며 “지금 우리나라는 성장이 정체된 상황으로, 성장률을 되살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어떻게 해야 기업 생태계가 살아날지, 혁신을 이뤄내고 이를 성장으로 연결할지 등에 있어 많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도 “어떤 기술이 성공하면, 그것이 곧 ‘기존 질서’가 된다”며 “그런 기술을 만들어낸 혁신가들이 이제는 자신들에 대한 도전을 거부하는 보수적 집단이 되기도 하기때문에 기술의 세대교체가 막히지 않도록 반독점정책, 경쟁정책, 국제무역정책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술 혁신과 경제 성장은 대학의 연구, 기업의 연구개발(R&D), 정부의 지원이 협력할 때 이루어진다”며 “이 세 주체가 긴밀하게 협력하는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주요 혁신도 이런 협력 구조에서 나왔고, 앞으로도 지속되길 바란다”면서도 “솔직히 말하면 다소 불안한 조짐도 보인다”고 답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에서 경제안보를 위한 강력한 산업정책이 펼쳐진 상황을 비꼰 것으로 해석된다.

“고령화는 혁신에 불리…외부 아이디어에 열려야”

하윗 교수는 ‘고령화 사회가 혁신과 기업가 정신에 본질적인 한계는 무엇인지‘에 대한 한국 언론의 질문에 “일반적인 차원에서 말하자면, 혁신은 대체로 젊은 세대에서 더 쉽게 일어난다”며 “따라서 인구 고령화는 전반적으로 혁신 과정에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한 나라에서 실행되는 많은 아이디어가 반드시 그 나라 내부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가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아이디어에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정책을 비롯해 외부 인재들이 적극적으로 한국에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윗 교수는 이어 “학문 공동체는 국경을 넘어 아이디어가 흐를 수 있는 중요한 통로를 제공한다”며 “이런 흐름이 인구 구조에 의해 제한되지 않도록 개방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2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교수 (사진=브라운대)
“무역은 기술 이전의 통로…새로운 파트너 찾아야”

하윗 교수는 미국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보호무역주의가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과 같은 수출 중심 국가가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수출 중심 전략은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며 “국제 무역 자체가 기술 이전의 중요한 통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와 더 많이 교역할수록 다른 나라에서 검증된 기술과 생산 방식을 더 잘 배울 수 있다”며 “만약 기존 교역 파트너가 교역 의지를 줄인다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세계에는 여전히 활발히 교역할 수 있는 많은 나라가 있다”며 “개방적 무역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 성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미국과 중국이 기술 패권 전쟁에 나서면서 각종 수출 규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 오히려 혁신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하윗 교수 외 조엘 모키어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제학과 교수·필리프 아기옹 런던정경대 경제학과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 위원회는 수상자들이 기술 진보에 따른 경제 성장이 당연한 것이 아니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사회가 창조적 파괴를 위한 혁신이 가능한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밝혀냈다고 수상 배경을 설명했다. 하윗 교수는 1992년 아기옹 교수와 함께 발표한 논문 ‘창조적 파괴를 통한 성장 모형(A Model of Growth Through Creative Destruction, 1992)’을 발표하며 기업 간 경쟁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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