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플랫폼, 기울어진 운동장 언제까지 [생생확대경]

  • 등록 2025-01-21 오전 6:00:00

    수정 2025-02-10 오전 10:46:37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올해 CES의 주인공은 단연 ‘엔비디아’였다. 젠슨 황 CEO의 기조연설은 큰 인기를 끌었고, 엔비디아가 공개한 AI 기술과 제품은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연설 직후 엔비디아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황 CEO가 언급한 기업들의 주가도 급등했다.

이제 엔비디아는 단순히 AI 칩을 제공하는 기업을 넘어, 모델 개발을 위한 하드웨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AI 업무 도구, AI 로봇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 정책이 시작되면서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우리 기업들이 엔비디아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이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키노트 연설자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AFT)
최근 국회에서 열린 한 정책 토론회에 취재차 참석했다. 토론회에서는 파라과이에 본사를 둔 나무위키의 하루 페이지뷰가 4500만 건에 달하고, 연간 100억 원의 이익이 추산됨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전혀 납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지적됐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이른바 ‘나무위키 투명화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국내 대리인 제도를 강화하고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국내 대리인 제도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기업들이 한국의 규제를 온전히 따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코리아와 애플코리아의 세금 회피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통한 음원 정산료 미지급 문제가 불거졌다. 국내 음악 플랫폼들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음원 전송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여 창작자들에게 저작권료를 정산하고 있다. 유튜브는 광고수익의 45%를 구글이 갖고 55%를 크리에이터에게 배분하는 구조다. 음원플랫폼의 국내 징수규정은 플랫폼 35%, 창작자 65%인데, 유튜브 프리미엄에는 유튜브 뮤직이 포함되므로 사실상 음원플랫폼임에도 창작자들이 10% 이상 손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렇듯 국내 플랫폼들이 규제를 준수하며 어려움을 겪는 동안, 유튜브는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경쟁력을 더해왔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유튜브 뮤직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748만 명에 달하며, 1년 만에 32% 증가해 국내 음원 서비스 시장에서 MAU 기준 1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글로벌 빅테크의 무혈입성에 대응하기 위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오스트리아 등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독자적인 디지털세를 도입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대미 수출에 높은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 등 보복 조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디지털세 도입 논의는 전 세계적으로 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오랫동안 버텨온 우리나라의 플랫폼 기업들에게 정부는 여전히 지원보다는 제약을 가하고 있다. 해외 빅테크와의 정당한 경쟁을 위해 중재가 시급한 상황에서도 정부는 적극적인 대응을 미루고 있다. ‘유튜브 뮤직 끼워 팔기 의혹’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가 진행 중이지만, 심의는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

정치적 혼란이 원인일까. 그럼에도 정부는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 국내 법을 공정하게 적용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상을 통해 세금이나 음원 정산 문제에서 공평한 적용을 이끌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결국, 국내 기업들을 응원하고 지지할 사람은 우리 정부와 국민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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