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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상해 및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감금, 재물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카메라 등 이용촬영 등 일부 무죄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8월 자신의 집에서 여자친구인 B씨가 일을 하다가 알게 된 남자와 연락을 한다는 이유로 B씨를 휴대전화를 부수며 폭행하고, 병원에 가려는 B씨를 아침까지 집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해 상해 및 재물손괴, 감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 2심에서는 A씨에 대해 상해 및 재물손괴, 감금 등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카메라 등 이용촬영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와 관련 “A씨가 B씨의 신체를 촬영하기 전 B씨의 명시적 동의를 받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평소 명시적·묵시적 동의 하에 많은 촬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A씨와 B씨의 관계, 촬영의 동기와 경위, 고소의 경위 등을 종합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A씨의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B씨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2심 역시 이같은 1심의 판단에 위법이 없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다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연인관계에 있으면서 A씨는 B씨의 동의를 얻은 상태에서 또는 B씨의 명시적인 반대의사 표시 없이 B씨의 신체를 촬영한 적이 있다는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그러나 B씨가 깨어있는 상태에서 A씨가 B씨의 신체를 촬영하는 것에 대해 동의했다거나 명시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B씨가 A씨에게 언제든지 자신의 신체를 촬영하는 것에 동의했다거나 잠들어있는 상태에서 나체 사진을 촬영하는 것에 대해서까지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평소 B씨가 A씨에게 촬영 영상을 지우라고 말해왔던 점, A씨가 B씨에게 ‘촬영물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있는 점 등에 비춰 “A씨가 B씨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다는 미필적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