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주목받았던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바로 주인이 사모펀드에서 또 다른 사모펀드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사모펀드끼리 거래하는 세컨더리 딜의 대표 사례였던 셈이다.
경기둔화로 국내 기업들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면서 M&A 매물을 받아줄 여력이 사라지자, 그 빈자리를 사모펀드들이 메우고 있다. 특히 사모펀드끼리의 거래가 늘면서 국내에서도 세컨더리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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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있었던 대표적인 세컨더리 딜로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맥쿼리PE의 두 차례 거래가 꼽힌다. 이들 운용사는 서로 매각과 인수를 번갈아 진행하며 총 1조원대 거래를 성사시켰다. 우선 연초 IMM PE는 탱크터미널 운영업체 유나이티드터미널코리아(UTK)를 맥쿼리PE로부터 3000억원에 인수했다. UTK는 울산항에 있는 석유·석유화학 제품을 포함한 액체화물 저장시설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UTK가 그간 안정적 수익을 창출한 만큼 동종 업계 기업을 연이어 인수해 시너지를 강화하는 볼트온(Bolt-on) 전략으로 회사를 성장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인수에 힘을 실었다.
UTK 딜 클로징 뒤 맥쿼리PE는 IMM PE로부터 제뉴원사이언스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제뉴원사이언스는 국내 1위 합성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이다. 국내 제약사에 위탁생산과 위탁개발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뉴원사이언스의 기업가치는 7500억원으로 순차입금을 제외하면 6200억원에 달했다. 해당 거래로 IMM PE는 내부수익률(IRR)약 20%를 달성하며 제뉴원사이언스 인수 3년 반 만에 펀드 투자금의 약 2배를 회수했다고 알려졌다.
딜 성사를 위해 손을 잡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같은 계열사긴 하나 법인은 다른 IMM PE와 IMM인베스트먼트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컨소시엄을 꾸려 태영그룹 계열사인 국내 최대 폐기물처리 사업자 에코비트 지분 전량을 2조 700억원에 인수했다. IMM PE가 인수금액의 65%를, IMM인베가 35%를 담당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세컨더리 딜이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출자자(LP)들 역시 지난해부터 해외 뿐 아니라 국내 딜에 대한 관심이 상당했다”며 “PEF 운용사로서도 다른 운용사가 이미 다듬어둔 상태에서 내놓은 만큼 건드릴 부분이 거의 없고, 흡족한 수익을 내니 볼트온 전략을 펼쳐 키우기도 좋아 지금 같은 딜 가뭄 시기에 선호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