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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주택’은 노인들이 일정한 입주 비용을 지불하고 각종 편의 시설과 서비스 등을 누리면서 거주하는 주택이다. 단순히 거주 공간만을 제공하는 일반 주택과는 달리, 고령자의 편의와 안전, 건강, 여가 활동 등을 지원하는 다양한 서비스와 시설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법률적으로는 노인복지법에 따른 ‘노인복지주택’이 대표적인 실버주택의 형태이다.
실버주택 입주를 고민하는 고령자들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 들어가야 할까요?”이다. 가장 적절한 진입 시기는 60대 중반부터다. 건강이 비교적 양호할 때, 그리고 혼자 사는 미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에서 실버주택을 검토하고 미리 대기 신청을 해 두는 것이 현명하다. 건강이 크게 나빠지기 전에 입주하여야 쉽게 적응할 수 있고, 공동체 생활에 익숙해질 여유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기기간이 길고 지역마다 공급이 제한적이어서 원하는 시기에 입주하기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60대 들어서자마자 실버주택에 대한 정보 수집과 대기 신청을 시작하는 것이 현명하다. 쉽게 나이가 들고 잊어버릴 수 있으니 이 점을 꼭 기억하라.
최근 일부 실버주택에서는 관리 미비, 공동체 갈등, 안전 문제 등이 지적되고 있다. 입주자 간의 생활방식 차이, 치매나 정신질환을 앓는 일부 입주자에 대한 관리 부족 등이 갈등을 유발한다. 또, 시설 자체의 노후화, 돌봄 인력의 부족 등은 실버주택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입주 전 현장 방문과 입주자 상담, 입주 후에도 지자체나 복지기관과의 연계, 주민대표회와 같은 자치조직 참여 등을 통해 능동적인 거주자로 살아가는 자세가 요구된다.
첫째, 고령자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입법적 기반이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 실버주택은 임대주택법, 고령자복지법, 노인복지시설 기준 등에 따라 운영되고 있지만, 주거권을 ‘복지’로 보느냐, ‘기본권’으로 보느냐에 따라 제도의 성격은 달라진다. 유엔(UN) 사회권위원회는 이미 ‘적절한 주거를 누릴 권리’를 인간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고령자 주거안정을 위한 별도의 기본법 제정 논의가 필요하다.
둘째, 지역 간 공급 불균형 해소와 거주지 선택권 보장이 필요하다. 현재 실버주택의 대부분은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도시에 집중되어 있으며, 도심 접근성이 낮고 교통이 불편한 경우가 많다. 고령자가 ‘자식과 가까운 곳’, ‘의료기관과 인접한 곳’, ‘평생 살아온 지역사회’에 거주할 수 있도록 실버주택의 분산 공급과 수요자 맞춤형 배치가 필요하다.
실버주택은 단순한 노후 주거지이기보다는, 고령자가 마지막까지 ‘주체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다. 또한 실버주택은 고령자를 단순히 ‘돌봐야 할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노년의 자립성과 존엄을 존중하는 주거모델로 거듭나야 한다. 노인들이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면서, 필요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구조. 커뮤니티 속에서 의미 있는 관계를 지속하며, 사회적 역할을 이어갈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 주거는 복지의 출발점이자, 권리 보장의 핵심이다. 이제는 “누가 언제 실버주택에 들어갈 것인가”를 묻기 전에 “우리 사회가 어떤 주거권을 고령자에게 보장하고 있는가”를 물어야 할 때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안다상속연구소장 △법무법인 안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