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총리 "트럼프 원하는 건 캐나다 경제 붕괴 후 합병"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목표는 캐나다 경제를 파괴해 궁극적으로 캐나다를 미국에 합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4일(현지시간) 오타와에 있는 국회 의사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멜라니 졸리 외무부 장관, 도미니크 르블랑 재무부 장관, 데이비드 맥귄티 공공안전부 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캐나다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트뤼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이 핑계로 삼고 있는 펜타닐 문제는 완전히 터무니없고, 전혀 정당성이 없고, 완전히 거짓”이라며 “그가 원하는 것은 캐나다 경제를 완전히 붕괴시키고, 그렇게 되면 캐나다를 합병하기가 더 쉬워지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정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캐나다와 멕시코와 펜타닐 차단에 충분히 협조를 하지 못한다는 이유다. 트뤼도 총리는 충분한 조치를 취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를 강행한 것은 펜타닐 차단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언급했다. 캐나다 정부 관계자들은 처음엔 이를 농담으로 치부했지만,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적 힘’을 이용해 캐나다를 장악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더욱 위협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트뤼도 총리는 지난달 기업인들과의 회의에서 이 위협이 현실적이라고 믿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캐나다 정부는 트럼프 관세에 대응해 이날 300억 캐나다 달러(30조원)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반격했다. 이어 21일 이내에 1250억 캐나다 달러(125조원)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보복 관세가 추가로 적용할 예정이다. 2단계 조치에는 미국산 자동차, 알루미늄 및 항공우주 제품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즉각 보복 수위를 올리겠다고 으름장을 던졌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트뤼도 주지사’라는 표현을 쓰며 “캐나다가 보복 조치를 취한 만큼 미국도 동일한 비율로 즉시 보복 관세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2일부터 전 세계 국가들의 제품에 ‘상호관세’를 적용할 계획인데 이를 앞당길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트뤼도 총리는 보복 관세 외 세계무역기구(WTO) 및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을 통한 분쟁 해결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연방 및 주정부 차원에서도 비관세 조치를 모색하며, “무역 전쟁에서 승자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경제는 미국에 상품과 자원을 수출하는 능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캐나다의 기업과 소비자들 또한 미국산 수입품(기계부터 식품까지)에 의존하고 있다. 관세가 지속된다면, 캐나다 경제는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 거의 확실하며, 일부 경제학자들은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4%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캐나다와 미국의 관세 전쟁은 캐나다의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발생했다. 트뤼도 총리는 9일 열리는 자유당 지도부 선거 이후 사임할 예정이며, 몇 달 내에 총선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