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6년만의 역대급 고용한파... 위기차단에 총력 쏟아야

  • 등록 2025-02-12 오전 5:00:00

    수정 2025-02-12 오전 5:00:00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더한 한파가 고용시장을 엄습하고 있다. 민간 기업은 물론 공기업도 채용 문을 닫아걸으면서 신규 일자리가 급감한 반면 고용 유발 효과가 큰 건설, 도소매업도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며 사정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미국발 관세 전쟁의 폭탄이 철강·자동차·배터리 등 우리 주력 수출산업과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해 고용시장은 장기간 호전을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외환위기 후 최악의 취업 빙하기가 닥친 셈이다.

고용시장의 빙하기를 뒷받침하는 지표는 수두룩하다. 정부 구인·구직 사이트인 워크넷의 지난달 신규 구직자는 47만 9000명, 신규 일자리는 13만 5000명으로 구직자 1명당 일자리를 뜻하는 구인 배수가 0.28에 그쳤다. 3개도 못 되는 일자리를 놓고 10명이 경쟁한다는 계산이다. 구인 배수 0.28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월 0.23 이후 2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외국 자본이 앞다퉈 한국을 이탈하고, 한국 국채가 투기 대상으로 전락했던 시기에 버금갈 만큼 사정이 나빠졌다는 증거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최근 239개 기업 대상 조사에서는 300인 이상 업체 중 53.7%가 올해 채용 규모를 작년보다 줄이겠다고 답했다. 300인 미만 업체의 31.1%도 채용 축소를 밝혔다. 공기업은 취업문을 좁힌 지 오래다. 지난해 339개 공공기관이 뽑은 일반 정규직은 1만 9920명으로 2019년의 4만 116명에 비해 반 토막으로 줄었다. 정치·경제적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채용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곳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한파는 맹위를 떨칠 가능성이 크다. 실업급여지급액이 지난 1월 9747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정부 내에서는 “바닥이 어디인지 감도 잡을 수 없다”는 탄식까지 나왔다. 경직적 근로시스템,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 등 구조적 요인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지금의 고용위기는 발등의 불이다. 정부는 취업 빙하기를 속히 벗어날 수 있도록 민간투자 확대 유도는 물론 재정을 통한 일자리 창출, 규제 완화 등 대책을 총동원해야 한다. 26년 만의 최대 고용위기를 놔둔 채 민생을 얘기할 수는 없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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