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시장의 빙하기를 뒷받침하는 지표는 수두룩하다. 정부 구인·구직 사이트인 워크넷의 지난달 신규 구직자는 47만 9000명, 신규 일자리는 13만 5000명으로 구직자 1명당 일자리를 뜻하는 구인 배수가 0.28에 그쳤다. 3개도 못 되는 일자리를 놓고 10명이 경쟁한다는 계산이다. 구인 배수 0.28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월 0.23 이후 2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외국 자본이 앞다퉈 한국을 이탈하고, 한국 국채가 투기 대상으로 전락했던 시기에 버금갈 만큼 사정이 나빠졌다는 증거다.
한파는 맹위를 떨칠 가능성이 크다. 실업급여지급액이 지난 1월 9747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정부 내에서는 “바닥이 어디인지 감도 잡을 수 없다”는 탄식까지 나왔다. 경직적 근로시스템,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 등 구조적 요인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지금의 고용위기는 발등의 불이다. 정부는 취업 빙하기를 속히 벗어날 수 있도록 민간투자 확대 유도는 물론 재정을 통한 일자리 창출, 규제 완화 등 대책을 총동원해야 한다. 26년 만의 최대 고용위기를 놔둔 채 민생을 얘기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