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안혜신 기자] 고려아연(010130)이 무려 15년 만에 처음으로 공모 회사채 시장을 찾는다. 기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것은 사실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공모채 발행이 주목을 받는 것은 그 대상이 ‘고려아연’이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작년부터 치열한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고려아연이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연이어 겪고 있다는 점이다.
공모 회사채 시장을 들여다보면 일반적으로 발행에 나서는 곳들이 다시 발행하는 분위기다. 매년 비슷한 시기에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먼저 발행했던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갚는(차환) 식이다. 회사채는 물론 기업의 자금 조달 수단 중 하나지만 엄밀히 말하면 ‘빚’이기 때문에 신규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이 자주 등장하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고려아연이 무려 15년 만에 그것도 최대 7000억원이라는 상당한 규모로 회사채를 발행하겠다고 하니 주목이 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한 기업의 회사채 발행 물량은 2000억~3000억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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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올해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대외적으로는 본격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고, 대내적으로도 탄핵 정국 장기화와 저성장 우려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15년 동안 필요하지 않았던 고금리 사모채, CP가 총동원됐고 여기에 공모채까지 발행한다. 이에 따른 이자비용은 고스란히 고려아연이 다시 떠안게 됐다.
결국 고려아연은 ‘AA+’라는 우수한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경영권 분쟁에 따른 차입금 증가 등의 이유로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 ‘하향검토’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기업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경영권 분쟁으로 앞으로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리한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고려아연이나 MBK 승자가 누가 되든 ‘상처뿐인 승리’ 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황이 됐다. 작년 말 240만원대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현재 79만원까지 떨어졌다. 불필요한 기업 가치 훼손은 덤이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경영권 분쟁인지 씁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