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때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에 비유하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현재의 9배에 달하는 100억달러(약 14조 2000억원)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이달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도 방위비 분담금을 거론하며 ‘원스톱 쇼핑’식 협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비 문제는 단순히 지금보다 많은 금액을 한국에 부담하라는 압박이 아니라,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성격 자체를 바꾸려는 미국의 전략 변화 차원이라는 점에서 새 정부가 마주할 가장 큰 과제이기도 하다. 현재 미국은 주한미군에 북한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의 방어 수단이 아니라 대만 사태 등등이 발생했을 때 중국까지 움직일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을 언급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기존 동맹의 가치보다 자국의 이익이나 중국 견제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이 가운데 새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나 ‘자강’ 노력을 구체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미국에 주도권을 넘겨주고 엄청난 방위비를 내거나 대미 협상에서 계속 끌려갈 수밖에 없다. 김동성 아산정책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미국 대외정책의 지향점은 ‘자유세계와 민주주의의 수호’에서 ‘미국 국익 우선’으로 바뀌었고 동맹을 포함해 모든 대외 관계는 ‘거래적’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행동 수칙을 더욱 뚜렷이 하고 있다”며 “한미간 상호 친화력 확보나 강화 속에서 자주 국방 노력도 끊임없이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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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가 시급하다. 윤석열 정부 내내 중국과의 사이가 멀어진 데 이어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에는 혐중 정서까지 확대된 바 있다. 감정의 골을 풀어내야 하는 게 다음 정부의 과제 중 하나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우리는 유난히 ‘가치외교’를 내세우며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했는데, 이제 전 세계적으로는 실용주의 접근을 하고 있다”면서 “한미일 협력관계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러시아나 중국과의 관계도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통일연구원장을 지낸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 역시 “윤석열 정부의 ‘가치외교’ 일변도로 ‘균형적 실용외교’가 훼손됐지만 결국 대한민국은 미국과 중국 두 나라와의 상호의존성을 극대화하는 ‘국익 우선의 균형적 실용외교’를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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