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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6월 조기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본격 협상을 앞두고 영국 국민의 신뢰를 다시 한번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18일(현지시간) 내각회의를 주재한 메이 총리는 총리 집무실 앞에서 오는 6월8일 조기총선을 요청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는 “유럽연합(EU)과 (탈퇴에 관한) 세부협상이 시작되기 전에 단 한 번의 기회가 있다. 우리는 지금 조기총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그간 조기총선 가능성을 일축해왔다. 생각을 바꾼 이유는 브렉시트 협상을 앞두고 보다 안정적이고 강한 지도력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메이 총리는 “나라는 함께 가고 있지만 의회는 그렇지 않다. 조기 총선을 하지 않으면 그들(의회)의 정치적 장난은 계속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제1 야당인 노동당이 탈퇴 협정을 표결을 통해 거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점, 자유민주당이 재계를 이용해 반대하겠다고 한 점,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반대 등을 일일이 거명했다.
메이 총리는 “앞으로 수년 동안 영국의 확실성과 안정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은 조기총선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기총선 요청안이 가결되려면 의회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메이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은 하원 650석 가운데 과반인 330석을 차지하고 있다. 야당인 노동당도 수용 의사를 밝히고 있어 의회 가결이 무난할 전망이다.
관심은 메이 총리의 승부수가 그에게 브렉시트를 진두지휘할 수 있는 칼을 쥐여 줄 것인지 여부다. 영국 BBC가 이달 발표된 총 5곳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한 결과, 집권 보수당의 지지율은 평균 43%다. 반면 야당인 노동당은 25%에 그쳤다. 지지율 격차가 25%를 넘는다.
이런 전망은 영국 파운드화 가치 급등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 3시11분 현재 런던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파운드화 가치는 1.2849달러를 나타냈다. 전날보다 2.26% 올랐다.
영국의 증권사 하그리베스 랜스다운의 레이스 칼라프는 “조기총선이 메이 총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예상이 파운드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간 브렉시트에 반대하던 이들은 이번 총선을 기회로 보고 있다.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는 “국민 다수의 이익을 앞에 놓은 새로운 정부를 선택하는 기회를 국민에게 주는 총리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메이 총리의 발표는 또 하나의 모험”이라며 “조기총선이 브렉시트에 반대파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고, 이를 둘러싼 영국의 내부 갈등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