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공의 전쟁]靑 “탈원전은 대통령 공약”…180도 방향 튼 원전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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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공, 기존 정책 철저히 부정당해도 묵묵히
탈핵 숙의 과정 없이 신고리 중단에만 국한
  • 등록 2017-08-09 오전 5:30:00

    수정 2017-08-09 오전 7:24:19

8일 오후 울산시 남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열린 ‘신고리 5·6호기 건설 촉구 전국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행진을 앞두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전문가와 일반 국민 사이에 원자력에 관한 생각이 다른 마당에 공론화는 불가피한 면도 있다. 다만 공론화 과정에서 원전 안전문제와 함께 온실가스 감축, 원자력 산업발전,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및 정부정책의 신뢰성 등까지 충분히 고려해 국민 대다수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20일 이임식에서 밝힌 내용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일시 중단을 결정한 국무회의에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던 그였다. 주 전 장관은 탈(脫) 원전 논란이 불거졌던 지난해 9월만 해도 “현행법에 따라 정당한 사유없이 원전 건설을 중단할 수 없게 돼 있다”고 반박하며 적극적으로 논리를 펼치기도 했지만, 새 정부 들어 자신의 정책이 철저히 부정 당하는 상황을 묵묵히 보고만 있었다. 퇴임을 앞둔 장관이 개인적 소견을 개진하는 게 부처에 도움이 될까 고민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랬던 그도 떠나는 입장에서 나름의 소신을 밝혔던 셈이다.

하지만 남아 있는 산업자원통상부 `늘공(늘 공무원)`에게는 항명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간 원전 정책을 펼쳤던 국·과장도 “국정 과제를 차질없이 진행해야하기 때문에 제 입장에서 더 이상 드릴 말이 없다”며 탈 원전 논리를 만들고 있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지난달 29일 산업통상자원부 비공개 워크숍에서 “대통령의 탈(脫)원전 정책을 산업부가 제대로 뒷받침 못 하고 있다”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즉각 ‘탈 원전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공론화위원회를 중립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정부의 방침과는 달리 여당과 정부에서는 적극적으로 탈원전 논리를 홍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탈 원전 정책이 충분한 숙의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점은 갈등을 부추기고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현재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 내준 숙제는 `탈핵 여부`가 아닌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에 국한돼 있다. 이미 탈 원전 정책은 대통령 공약 사항으로 국민이 선택한 만큼 별다른 이견이 없다는 게 기본 전제로 깔렸다는 얘기다. 하지만 탈핵이라는 여러 가치가 중첩된 문제를 단순히 공사 중단에 따른 매몰비용, 안전성 등 기술적 문제로 의제를 좁힐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미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소송전으로 얼룩지고 있다. 한수원 노조는 8일 지역주민, 원자력교수 등과 함께 △공론화위원회 구성운영계획과 구성행위 취소 및 국무총리 훈령 취소 소송 △공론화위원회 구성운영계획과 구성행위에 대한 효력정지 및 국무총리 훈령에 대한 효력정지 신청을 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정책이 180도 돌아서는 것은 비정상이 아니겠냐”면서 “7차까지 전력수급계획 역시 전문가뿐만 아니라 민간참여, 공청회 등 충분한 민주적 절차를 통해 만들었지만, 지금은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진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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