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발레 ‘호이 랑’에서 타이틀롤인 ‘랑’ 역할을 맡은 발레리나들. 좌로 부터 박슬기, 신승원, 박예은(사진=국립발레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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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발레 무대에서 주역 여성무용수는 극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특히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이 주인공인 발레 ‘호이 랑’에서 주역 여성무용수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극 중 ‘랑’은 남성 군무와 동일한 춤을 춰야 하기에 강한 체력이 필수인 데다, 강인함 속에 여성의 섬세함과 소녀의 순수함도 함께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소화하기 쉽지 않은 역할이다. 이번 작품에서 ‘랑’을 연기한 주역 여성무용수 박슬기, 신승원, 박예은에 더 눈길이 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6~ 10일 닷새간 5회 공연하는 발레 ‘호이 랑’은 국립발레단이 10년 만에 선보이는 전막 창작 발레다.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한국 발레의 세계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이기에 기대가 크다. 이 작품은 병든 아버지를 대신해 남장을 하고 군에 들어가 반란군을 물리치고 공을 세우는 소녀 ‘랑’, 훈련에 뒤쳐지는 랑을 감싸주는 따듯한 군 사령관 ‘정’, 정을 질투하며 1인자의 야망을 가진 ‘반’ 등 세 명의 주인공이 극을 이끌어간다.
세 명의 주역 여성무용수가 ‘랑’으로 나선다. 자타공인 국립발레단의 간판 무용수인 박슬기가 첫 번째 주인공. 그녀는 지난 5월 17일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에서 열렸던 초연 첫 무대에서 자신의 장점인 완벽한 테크닉과 애절한 감정연기를 제대로 보여줘 “역시 박슬기”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번 공연에서는 6일에 이어 9일 무대에 선다. 수석무용수 이재우가 ‘정’으로, 솔리스트 변성완의 ‘반’으로 함께 무대에 선다.
예쁜 외모와 깔끔한 테크닉으로 발레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수석무용수 신승원은 여수· 울산 공연에서 ‘랑’의 강인함을 제대로 연기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남장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평과 함께 ‘신승원의 재발견’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서울공연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녀는 솔리스트 정영재(정), 솔리스트 허서명(반)과 함께 7일과 10일 무대에 오른다.
솔리스트인 박예은은 이번 서울 공연을 위해 새롭게 발탁돼 ‘랑’으로 첫 무대에 오른다. 이미 국립발레단의 여러 무대에서 주요 배역을 맡으며 존재감을 과시한 박예은은 지난 4월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입단 후 첫 타이틀 롤을 거머쥔 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아름다운 여성의 선이 장점으로 꼽히는 박예은이 보여줄 남장 연기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녀가 무대에 오르는 8일 공연에는 수석무용수 김기완(정), 드미솔리스트 하지석(반)이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