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덫에 걸린 경제]③계파 놀음에 경제정책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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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여성 일자리 대책 등 정부정책 줄줄이 연기
대선이 더 걱정…"계파 외나무다리 싸움 불가피"
  • 등록 2016-03-29 오전 5:00:40

    수정 2016-03-29 오전 5:00:40

무소속 유승민 의원이 지난 23일 오후 대구 동구 화랑로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후 무소속 출마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세종=김상윤 기자]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국가미래연구원장) = 이 의원님은 친박(친박근혜)입니까, 아니면 비박입니까. 하하.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 = 하하. 저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힐튼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의 춘계좌담회. 좌담회 제목은 ‘한국경제의 현재, 미래 그리고 정책’이었지만, 경제학자들의 걱정은 오히려 다른 데 있는 듯했다. 바로 정치다. 나라 전체가 총선 후폭풍에 휩싸이면서, 연초부터 심상치 않은 경제는 아예 묻히고 있다는 걱정이었다.

김광두 교수는 “지금 바깥 세상은 패싸움을 하는 것 같다”면서 “경제는 ‘친뭐 비뭐’ 그런 것 없이 한마음으로 하겠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한때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과외교사’로 불리다 지금은 사실상 관계가 끊어진 상태다. 김 교수는 농반진반으로 “국회가 하는 일이 없다고 얘기한다. 다른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하던데…”라고도 했다. 20대국회 불출마를 선언한 한국경제학회장 출신 이만우 의원도 “국회에서 뒷받침해야 하는 경제활성화 법안 등등을 제때 못해 골든타임을 놓쳤다”면서 “더욱더 설상가상의 경제상황을 보는 것 같다”고 자성했다.

이를 지켜보던 한 경제학 교수는 “세계경제 상황을 보면 지금이 이럴 때가 아닌데 총선 때문에 온 나라가 멈춘 것 같다”면서 “총선이 끝나면 대선 정국으로 가는 게 더 걱정”이라고 했다.

청년여성 일자리 대책 등 정부정책 줄줄이 연기

실제 정부의 정책은 총선 이후로 줄줄이 밀리고 있다. 정부는 당초 이번달 중 발표 예정이었던 청년여성 일자리 대책을 총선 이후로 연기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정책 완성도 제고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중심으로 일자리 정책에 대한 심층평가를 진행하고 있어 이를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청년대책이 자칫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을 의식해 늦췄다는 관측이 나온다. KDI의 최종보고서는 7월 초에 나오는데 중간평가 결과를 반영하는 방식이 이례적인 데다 사전에 ‘청년수당 지급’ 등 대책 일부분이 발표되면서 논란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대책을 쏟아내면 선심성 정책을 펼친다는 오해가 커질 수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주 내 면세점제도 개편안은 발표되지만 면세점 추가사업자 지정 문제 역시 총선 이후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1위 무선사업자 SK텔레콤(017670)과 1위 케이블사업자 CJ헬로비전(037560)의 인수합병(M&A)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쟁제한성 최종심사 결과도 총선 이후에나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총선 정국에서 자칫 ‘대기업 특혜’라는 역효과가 날 우려를 의식했다는 얘기가 많다.

대선이 더 걱정…“계파 외나무다리 싸움 불가피”

통화당국인 한국은행도 총선을 의식하긴 마찬가지다. 총선에다 금융통화위원 4명의 교체까지 겹친 다음달은 기준금리 변동이 없을 것이란 기류가 만연해있다. 금융권 한 인사는 “기준금리를 올릴 논리도, 내릴 논리도 많다”면서 “경제외적인 리스크를 한은이 짊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 큰 걱정은 대선 정국이다. 총선보다 더한 계파전쟁이 펼쳐질 게 뻔하다. 새누리당만 봐도 확연하다. 총선 정국에서는 친박과 비박이 이 정도 선에서 정리했지만, 대선 때는 외나무다리 싸움이 불가피하다. 당자 총선 직후인 오는 7월로 새누리당의 차기 전당대회는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혈투가 예상된다. 내년 말까지 대한민국 전체가 선거판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다. 정치권 사람들은 “대권이 계파전쟁의 본격적인 본게임”이라고 말한다.

정치권의 이런 기류는 학계에도 미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사립대의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정책 프로젝트를 위해 팀을 짤 때도 입맛에 맞지 않는 교수들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요즘은 다 끼리끼리 논다”면서 “지금이 정말 중요한 시기인데 걱정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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