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반도체 수출, 불안한 시그널

중국·홍콩 비중 줄고 미국·대만 비중 늘어
특정 지역 치우침 개선 반길 일이지만,
中 기업 성장과 美 대중 견제 따른 결과
中에 밀린 LCD 악몽 되풀이 않으려면,
반도체특별법 통과 등 지원 틀 만들어야
  • 등록 2025-02-12 오전 5:00:00

    수정 2025-02-12 오전 5:00:00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지난해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은 총 1419억 달러(MTI 3 기준)로 중국과 홍콩(중국 우회 수출)에 대한 수출이 각각 466억 달러와 261억 달러, 대만과 미국에 대한 수출은 각각 216억 달러와 107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역별 비중을 보면 중국과 홍콩 합계 비중이 2020년 61.1%에서 2024년 51.2%로 낮아진 반면 미국과 대만을 합친 비중은 같은 기간 13.9%에서 22.8%로 상승했다. 반도체 수출이 특정 지역에 지나치게 치우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수출 다변화는 매우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나 그 원인이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보면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출이 급증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엔비디아는 대만의 TSMC를 통해 인공지능(AI) 반도체인 그래픽 처리장치(GPU)를 위탁생산하고 있어 SK하이닉스의 대만 수출이 급증했다. 중국 AI 모델을 출시한 딥시크(DeepSeek)의 출현이 엔비디아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음에도 장기적으로 AI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어서 HBM의 수출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중국에 대한 레거시 반도체의 수출이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에 힘입어 중국 메모리 기업들의 레거시 반도체 기술과 생산 능력이 급속도로 향상됐다. 중국 기업의 자체 생산 능력 제고로 일부 수입 대체가 이뤄질 뿐 아니라 중국 기업의 반도체 수출액도 급증했다. 한편 미국 바이든 정부는 올해부터 제곱밀리미터 기준 초당 2GB 이상인 HBM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어느 정도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 수입 대체가 빨라지고 첨단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이 제한돼 우리나라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비중은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금년도 레거시 반도체의 과잉공급이 심화하면서 대중국 반도체 수출 비중은 더욱 하락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이 줄어들면서 대중국 무역적자도 확대될 우려가 있다.

반도체에서 액정표시장치(LCD) 악몽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과거 BOE 등 중국 디스플레이 회사들이 한국의 인재들을 영입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고 급기야 LCD 생산을 전면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창신메모리(CXMT), 양쯔메모리(YMTC) 등 중국 메모리 기업이 한국 인재를 영입하고 있으며 SMIC가 파운드리 강자인 대만 TSMC의 인재를 빼 가고 있다.

우리나라 메모리 반도체는 그동안 기술력으로 우위를 유지해 왔으나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대만의 TSMC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한 최근 삼성 갤럭시S25에 삼성이 아닌 마이크론 반도체 칩을 사용하기로 해 삼성 내에서도 각자도생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젠슨 황이 ‘CES 2025’ 기조연설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아닌 마이크론을 언급하면서 마이크론의 주가가 폭등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가 샌드위치 상황에 놓이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우선 여야 합의를 통해 소위 반도체특별법을 통과시킴으로써 미국, 일본, 대만 등에는 못 미치지만 최소한의 지원 틀을 만들어야 한다. 반도체 지원 문제에서 대기업 특혜라는 말은 적절하지 못하다. 국가적인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기업 차원에서는 기술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전통적인 메모리 최강이었지만 HBM 수요를 예측하지 못하고 기술개발을 등한시한 결과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뺏기고 말았다. 파운드리에서는 대만의 TSMC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기술력에서 차이가 난다고 한다. 삼성전자는 지속적인 기술개발 투자를 이어가야 할 것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삼성 이외에 마이크론 등 새로운 경쟁자에 뒤지지 않도록 노력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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