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유령 무역업체를 설립해 거액의 부가가치세를 부정 환급받아 가로챈 8급 세무공무원에게 철퇴를 내렸다. 인천지법 형사12부는 그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혐의로 기소된 일선 세무서 소속 최 모 조사관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200억원을 선고했다. 이례적인 중형 선고다. 고질적 병폐인 세무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엿보인다.
최 조사관이 부가세를 환급받은 절차는 간단했다. 자신의 관할지역에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10여개의 유령 무역업체를 세운 뒤 가짜 물품거래 자료로 매입실적을 쌓은 것뿐이다. 그러고는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허위 전자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 9차례에 걸쳐 100억 7000여만원의 부가세를 부정으로 환급받았다. 세금행정 절차를 잘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신종 수법이다.
재판부는 최 조사관에게 “부가세 환급금을 가로채는 등 국가 조세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중대한 범죄행위를 저질렀다”고 꾸짖었다. 세무공무원 신분으로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여 세금을 빼돌리는 범행을 주도한 것은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없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범죄에 끼어든 11명의 공범에게도 각각 징역과 벌금형이 선고됐다. 엄정한 법의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문제는 세무서 직원들의 비리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고위직부터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잊혀질 만하면 수시로 터져 나오곤 한다. 국세청은 그때마다 부조리 방지대책을 내놓고 비리 근절을 약속했다. 개청 50주년을 맞은 올해도 ‘청렴세정 원년’으로 선포하고 ‘준법·청렴세정 추진단’을 운영하는 등 쇄신에 나섰다. 하지만 아무리 쇄신책을 내세워도 비리는 청산되지 않고 있다.
세무 비리는 조세정의를 파괴하는 악질적인 중범죄다. 국세청 스스로 차단하지 못한다면 엄정한 법집행으로 바로잡을 수밖에 없다. 이번 판결은 세무 담당자들 사이에 만연한 비리 불감증에 대해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세무서 말단 직원이 100억원을 빼돌렸다는 자체가 충격적이다. 사법당국은 앞으로도 검은 유혹은 아예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세무비리 처리에 있어 무관용 원칙의 중형으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