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 우울감 높이고 인지기능 낮춰
이명은 본인의 청력에서 가장 많이 떨어진 주파수의 소리가 나는 경우가 많다. 보통 나이가 들면서 고음 쪽 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음 쪽의 삐~ 하는 소리가 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저음 쪽 청력이 떨어지면 소라껍데기에서 나는 웅~ 하는 저음의 소리를 느끼게 된다. 맥박이 뛰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박동성 이명’ 이라고 해서 귀 주변 혹은 머릿속 혈관의 문제가 원인일 때가 많다.
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이명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2015년 이후 매년 30만 명을 상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의 증가와 함께 이명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예전과 달리 이명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다. 특히 이명 환자들에서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는 물론, 집중력 및 인지기능의 저하가 동반될 수 있다는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이명의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지만 최근에는 청력의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여러 원인들로 인해 청력에 변화가 생기면 못 듣게 되는 소리가 생기고, 그 만큼을 우리 뇌에서 ‘가짜 소리’로 만들어 채워줄 수 있다는 개념이다. 못 듣게 된 소리를 계속해 듣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잘못된 청각 인지라고 보는 견해다.
난청과 이명 치료 명의인 송재진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소리에 대한 경험이 있고 과거에는 들을 수 있었지만, 난청으로 인해 더 이상 듣지 못하게 되는 소리가 생기면 그만큼을 뇌에서 잘못된 소리 신호로 만들어 느끼게 되는 증상이 이명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명은 주관적으로 느끼는 증상이다 보니 정확한 진단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기본적인 청력 검사와 환자가 느끼는 이명의 크기나 음의 높낮이가 비슷한 소리를 들려주면서 검사하는 ‘이명도 검사’가 기본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이 역시 주관적인 증상을 체크하는 방법이라 정확한 진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과거에는 이명을 ‘고칠 수 없는 질병’으로 판단, ‘그냥 참고 지내라’며 특별한 치료를 시도하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명과 관련한 긍정적인 연구 결과들이 도출되면서 최근에는 ‘좋아질 수 있는 증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아졌다. 청력이 나빠지면 생기는 증상이다 보니 난청이 심할 때에는 보청기 착용이나 수술을 통해 이명 역시 호전되는 케이스도 많다. ‘이명 재훈련 치료’라는 치료법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이는 상담치료와 소리치료를 병행해 이명을 의미 없는 자연스러운 소리로 인식할 수 있도록 습관화를 유도하고 불안감을 덜 수 있도록 돕는 치료다. 평균 80% 정도의 환자에서 이명이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도 약물치료, 자기장이나 전기를 이용해 직접 뇌를 자극하는 치료도 시도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의료진 역시 난청이나 이명으로 인해 환자의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정량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뇌파도 데이터 연구를 진행 중이다. 설문지를 통해 ‘이 정도의 괴로움을 느끼는 환자’라고 간접적으로 추측하는 것이 아닌,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괴로움의 정도를 측정하는 연구다.
송 교수는 “연구가 목표한대로 진행된다면 증상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환자마다 가장 적합한 치료를 권하고 치료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하고, 스트레스 줄여야
육체적, 정신적 피로는 이명을 악화시키는 주요한 요인이다. 우리 몸의 ‘교감신경’이 자극되면 이명이 더 잘 느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명을 덜 느끼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하고 수면을 충분히 취하며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송 교수는 “이명의 원인과 증상의 특징을 정확히 이해하고 치료하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심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이비인후과를 방문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과거 이명은 ‘낫기 어려운 불치병’으로 여겨지며 대부분의 이비인후과 의사들에게도 크게 주목받지 못한 질환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의학적 연구와 노력 덕분에 개선 될 수 있고 완치도 가능한 증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은 이명 치료를 위한 의료 인공지능 및 디지털 치료 기법을 도입중이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진단과 평가, 환자 맞춤형 치료 시스템, 나아가 치료 효과를 극대화 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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