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연휴가 수출 등 산업 활동에 지장을 주는 것은 물론 해외 씀씀이를 부추겨 당초 기대한 내수 진작과 반대 효과를 내는 등 부작용이 큰 것으로 또 확인됐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이달 1~6일 개인 회원의 국내 주요 업종 결제액을 분석한 데 따르면 전체 금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1% 늘었다. 하지만 이용 건수나 이용자 수는 각각 2.1%와 2.3% 감소했다. 주요 업종은 음식점 카페 편의점 주유소 백화점 놀이공원 등이다. 이용 건수 감소에도 불구, 금액이 늘어난 것은 물가가 오른 데다 놀이공원 이용액이 비가 내렸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날씨 덕에 큰 폭(31.9%)의 증가세를 보인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됐다.
반면 국내 결제액 증가가 소폭에 그친 가운데 해외 신용·체크 카드 결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5%나 급증해 눈길을 끌었다. 이용 건수는 20.1%, 이용자 수는 13.7%나 늘었다. 결제액 증가율만 봐도 해외가 국내의 5.6배에 달했다. 고물가·고환율에 관계없이 연휴 기간 해외 여행이 크게 늘면서 나라 밖에서는 지갑을 활짝 열어젖혔음을 보여준다. 임시·대체공휴일을 포함한 장기 연휴가 생산·수출에 차질을 초래한 것은 물론 내수에도 역효과를 냈음이 확인된 것이다.
정부가 공휴일 및 토·일요일 사이의 평일을 때때로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이유는 내수를 살리려는 데 있다. 소매 판매가 최근 3년 연속 마이너스 늪을 헤어나지 못하는 등 내수 부진의 끝이 보이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면 일리가 있다. 그러나 결과는 정부의 의도를 빗나갔다. 지난 1월 설 연휴 때도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덕에 엿새 황금 연휴가 주어졌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월 해외 여행 출국자 수는 297만 2916명으로 작년 1월보다 7.3% 늘었다. 1월 24~31일 국내 신용카드 사용액이 전주 대비 34%나 급감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이달 1~10일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24%나 줄었다. 조업 일수가 초순 열흘 중 나흘에 그친 탓을 부인하기 어렵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여러 기관들의 암울한 경고는 빈말이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임시공휴일이라면 반기고 보는 모두의 자각과 반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