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를 양분하고 있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전면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이들 두 단체가 그제 기자회견과 성명을 주고받으며 상대방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경사노위에서 타결된 탄력근로제 확대 문제가 불씨가 됐다. 민노총은 이 합의를 정부, 경총, 한노총의 야합으로 규정하고 “총파업으로 분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김주영 한노총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같은 노조단체를 상대로 매도하는 부분들이 도를 넘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민노총은 반박 성명을 내고 “이런 개악을 용인하면 민노총 지도부는 탄핵감”이라고 맞받아쳤고 김명환 위원장은 삭발까지 하며 항의를 표시했다. 그동안 양대 노총의 충돌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이번엔 강도가 매우 높다는 점에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노동계의 내부 다툼에 끼어들 생각은 전혀 없으나 한노총의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는 것은 당연하다. “사회적 대화의 길이 열려 있는데도 참여하지 않고 반대만 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는 김주영 위원장의 직언은 우리 노동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경사노위 참여를 끝내 거부한 데다 그 결과에 대해 총파업 카드부터 꺼내 든 민노총에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요즈음 최저임금 급등과 근로시간 단축 등 친노동 일변도 정책으로 인한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종업원과 임금 관리에 신경 쓰느라 영업 활동이나 시장 개척, 신상품 개발 등의 관심은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한다. 아예 폐업 여부까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업체가 수두룩하다. 이 판국에 경제에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는 민노총이 대안도 없이 반대만 일삼으며 ‘을(乙)들의 전쟁’을 심화시키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김주영 위원장은 지난해 5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과정에서 민노총의 반대로 노동계 의견이 무시된 전례를 상기시키기도 했다. 반대 투쟁만이 능사가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무엇이 진정으로 노동자를 위한 길이냐”라는 원초적 질문에서부터 문제를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양대 노총의 다툼이 단순한 주도권 쟁탈전이 아니라 국내 노동운동의 건설적 지향점을 모색하는 계기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