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 월월세 쓰실 분"…코로나19에 대학·고시생 `웃픈 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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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 전체 인강 전환에 대학가 재임대 바람
고향 내려간 학생들 단기월세로 내놔
저렴하고 쾌적, 고시생들 반색
  • 등록 2020-04-20 오전 5:45:00

    수정 2020-04-20 오전 5:45:00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월세방 쓸 사람 없느냐’는 글을 올린지 10분 만에 6명에게 연락이 왔어요. 절반이 국가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고시생이더라고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개강이 점점 미뤄지면서 대학가 주변 월세방에 이른바 ‘월월세’(전대차·단기월세)를 놓는 지방 출신 학생들이 생기고 있다. 이들의 ‘고객’은 마침 공무원 시험이 미뤄져 갈 곳이 마땅치 않은 고시생들이다. 빈 방을 놀리기 아까운 대학생들과 고시원보다 저렴한 가격에 자취방을 쓸 수 있는 고시생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지난 4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안산도시공사 상반기 공개채용 야외 필기시험에서 응시자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일환으로 140여개의 책걸상을 사방 5m 간격으로 배치하고, 응시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발열 측정과 손소독 등 방역을 거친 뒤 시험장에 입장해 시험을 실시했다. (사진=뉴시스)


서울 한 사립대에 재학 중인 A(22)씨는 지난주 같은 학교 출신으로 5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B(31)씨에게 월세방을 다시 빌려주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학교가 1학기 강의 전체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면서 미리 구해둔 방을 놀리기 아까워서다. 고향이 전라도인 A씨는 지난 해까지 학교 기숙사에서 지냈다가 자취를 결심, 올해 2월부터 학교 주변 월세방(보증금 1000만원·월세 45만원)에 입주하기로 했다.

그러나 1학기 대면 강의가 아예 취소되자 A씨는 다달이 낼 월세가 아까워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33만원 월월세 급구’ 글을 올렸다. 집주인의 동의를 얻어 가장 먼저 연락한 5급 준비생 B씨와 이튿날 전대 계약을 맺었다. 월세 중 33만원을 B씨가 부담하고 올해 8월까지 쓰는 조건이었다.

고시생 B씨에게도 나쁘지 않은 거래였다. B씨는 “작년에는 40만원을 내고 고시원에 살았는데 보증금 없이도 고시원보다 좋은 방을 싸게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1차 시험에 합격한 이후에나 자취방을 구하려고 했지만 언제 시험이 치러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그냥 학교 근처 빈 방을 빌려 공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탓에 국가고시 일정까지 줄줄이 뒤로 밀리면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이다. 지난 2월과 3월 예정된 국가직 5급·9급·외교관 후보자·지역인재 7급은 4월 이후로 잠정 연기됐다. 소방과 경찰공무원 필기시험 역시 5월 이후로 무기한 미뤄진 상태다.

싸고 좋은 방을 구하긴 했지만 B씨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다. 정확한 시험 날짜가 아직 나오지 않은 데다 8월 이후로 시험 일정이 정해지면 난감하기 때문이다. B씨는 “올해도 시험 결과가 좋지 않으면 취업 준비로 방향을 돌리려 했는데 기업들도 상반기 채용을 안 하는 분위기”라며 “취업준비생들이 한꺼번에 하반기에 몰리면서 취업 문턱이 더 높아질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로 채용 일정이 연기된 건 국가고시뿐만이 아니다. 일반 기업들도 잇달아 상반기 공채를 줄이고 있다.

지난 14일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428개 기업을 대상으로 상반기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78.7%는 수시채용만 진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공채와 수시채용을 병행하겠다는 기업은 12.4%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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